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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사적인 문제가 ‘공적인 의제’가 되는 메아리

 

 

취재 보도 원칙 중에 기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이 ‘정확성’이다. 공정성, 심층성이 덜 중요하다고 말할 바는 아니지만 흥미성이나 신속성보다는 정보를 정확하게 모으는 기술을 우선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취재원의 말을, 정부의 발표를 정확하게 받아 적는 취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자가 팩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본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는 데서 찾아진다. 대선 후보자의 유세를 직접 보지 못한 독자를 대신해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수집할 것인가? 물론 그런 이유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후보자와 연관한 사건을 제대로 전달해서 유권자가 판단을 정확하게 하도록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기사를 읽고 판단할 독자를 유권자로 위치하게 하는 보도 기술. 이런 부분을 기자들이 종종 간과하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리다.

 

22살 강도영(가명)씨는 2심 법원에서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존속살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었다. 강 씨는 군입대를 위해 휴학한 상태였다. 아버지의 입원 이후 월 30만 원의 월세가 밀렸다. 입원일이 더 길어지면 막대한 병원비를 혼자 감당하기 어렵겠다고 강 씨는 판단했다. 집에서 아버지를 돌보겠다고 결정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버지를 퇴원시키고 집으로 모셔왔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부친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어린 나이에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해야 해서 학업을 중단하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이나 청년이 있다. 가족이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돌봄의 부담을 안아야 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빈곤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아직 우리 사회에 이 같은 개념이 없어서 실태조차 파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탐사보도 매체 ‘셜록’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정부 복지정책의 빈틈이 ‘간병살인’을 불렀다는 비판이 커졌다. 관할구청은 긴급복지지원이 있어 신청만 하면 됐을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병원은 병원비를 연체하고 어려움을 호소했더라면 어려운 처지를 알아챘을 텐데 왜 그렇게 병원비를 열심히 냈냐고 말했다. 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대선에서 해야 할 이야기는 바로 이런 이야기라고 꼬집으면서.

 

사건이 일어나서 혹은 말해져서 정확하게 기사를 쓰는 것은 반쪽 사실에 가깝다. 오히려 ‘진짜 사실’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던 이슈를 공적인 의제의 위치로 옮겨 놓을 수 있게 관심을 옮기고 집중시키면서 해결하게 하는 보도 방식에서 찾아진다. 귀한 결과를 얻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에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장면을 떠올리게 하려면 기자는 어디에 열정을 쏟아야 할까? 변화를 일으키는 언론의 메아리에 귀 기울이는 독자는 여전히 많음을 늘 기억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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