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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교과서는 꼭 학교에서 배부해야 하는 걸까

 

 

전직이든 현직이든 교사가 모이면 두 집단이 입을 모아서 하는 말이 ‘학교는 참 변하지 않는다’이다. 몇십 년 전과 지금의 교실의 풍경을 사진 찍어서 놓고 비교해보면 전자제품들이 들어와 있는 것 빼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사는 칠판 앞에 서 있고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서 교과서를 펴 놓고 앉아있다. 수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조별 활동이나 학생 중심 활동 같은 게 생겨서 예전처럼 책상에 앉아만 있는 건 아니지만 큰 틀에선 달라진 게 없다.

 

학교의 모습 중 정말 한치의 변화도 없는 것 중의 한 가지가 교과서와 관련된 풍경들이다. 교과서 배부 및 수령 방식은 1970년대나 2000년대나 2021년이나 똑같다. 학생들은 학기 말이나 학기 초에 열 권이 넘는 교과서를 한꺼번에 지급받고, 그걸 가방에 미어져라 쑤셔 넣은 채 집에 간다. 교과서 지급받는 날 부모님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고, 며칠에 걸쳐서 교과서 나눠 들고 가는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왜인지 어린이들은 한꺼번에 가방에 넣고 집에 가는 걸 택한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교과서 받는 날이면 무거운 가방에 어깨가 한껏 처진 채 집으로 걸어갔었다.

 

이런 교과서 지급 방식을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학생일 때도 교사일 때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생각에 균열이 생긴 건 코로나라는 뉴노멀 때문이었다. 작년과 올해에는 교과서를 나누어 주는 게 정말 큰 일이었다. 개학하자마자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교과서를 배부해야 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 일정을 정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면 1시간도 안 걸릴 사소한 일이 비대면으로 나누어 주면서 장장 며칠에 걸친 큰일이 되었다.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가는 방식은 이렇다. 학교에서 학생 수에 맞게 교과서 주문을 넣으면 커다란 박스에 포장된 교과서가 학교 공간 어딘가로 배송된다. 각 학년에서 교사들이 몇 겹으로 포장되어 있는 박스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정해진 공간에 아이들이 낱권으로 가져갈 수 있게 쌓아서 준비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반에서 아이들과 와서 책을 한 권씩 챙긴다. 고학년의 경우 13권의 책을 가방에 넣어서 집에 돌아가면 교과서 배부 및 수령이 끝난다.

 

코로나 때는 앞선 과정에서 교과서를 13권씩 개별적으로 포장하는 과정과 포장이 완료된 교과서를 보호자님이 받으러 오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글로 쓰면 참 간단한데 현실에선 쉽지 않았다. 평일에 시간을 내서 학교에 와야 하는 보호자님들도 고생이었고 교과서 전달까지 전 과정을 매달려야 하는 선생님들도 고생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교과서를 학생에게 개별로 택배 배송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택배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이다. 이미 교과서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굳이 학교에 책이 도착한 후, 교사가 하나하나 아이들이 챙겨가기 쉽게 정리해서, 다시 무겁게 아이들이 책을 이고 지고 집에 갈 필요가 있는 걸까 싶어졌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근처 학교는 학생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원격 수업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렇게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면 내년에 교과서를 배부하는 것도 비대면이 될 확률이 높다. 비대면 상황이 아니더라도 굳이 아이들이 무겁게 교과서를 들고 집에 가야 하는 건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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