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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수업

 

아이들이 도착하기 전 교실의 아침은 학부모님들에게 받는 연락으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당일 결석과 관련된 연락이 주를 이루고, 사정이 생겨서 일찍 조퇴시켜달라는 내용이 그다음을 차지한다. 가끔은 아이의 몸이 안 좋지만, 등교시킬 테니 상태가 나빠지면 집으로 보내 달라는 내용도 있다.

 

며칠 전에는 조금 특별한 연락을 받았다. 우리 반 친구 A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해서 다음 날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었다. 나에게도 이미 결석하겠다고 말해둔 상태였다. 막상 당일이 되자 A가 부모님께 학교에 가서 재미있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우겨서 하는 수 없이 등교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접종 후 증상이 걱정되니 잘 지켜봐 달라는 당부가 함께 왔다.

 

A가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면서까지 참여하고 싶어 했던 수업은 햄스터 로봇을 활용한 코딩 수업이었다. 태블릿이나 컴퓨터에서 코딩 블록 명령어를 채워 넣으면 햄스터만큼 작은 로봇이 빛과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로봇을 활용하면 미로 탈출, 술래잡기, 축구 경기나 보드게임과 비슷한 미션 수행까지 가능하다. 장난감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아이들의 수업 몰입도가 최상이다.

 

사실 처음부터 아이들이 처음부터 코딩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초반에는 교과서에서 벗어나 컴퓨터로 수업을 하니까 좋아했지 코딩 자체를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처음 접했을 때 낯설고 어색해하는 분위기가 컴퓨터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코딩으로 과제를 수행하다가 여러 번 실패하면 더는 도전하지 않고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그림판으로 그림 그리며 장난치는 모습들도 종종 보였다.

 

반 분위기가 바뀐 건 코딩 수업이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한 20차시 즈음이었다. 아이들이 코딩 사이트를 활용하는 데 익숙해졌고 로봇의 다양한 기능을 알아가면서 점차 집중력이 좋아졌고, 웃으면서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직접적인 반응을 하는 아이들도 생겨서 수업이 끝날 때쯤 ‘와 코딩 수업 정말 재밌다’하는 말들이 들렸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자주 접해서 익숙한 것을 ‘자기 취향이다, 좋다’고 믿는다고 한다. 새로 발매된 노래를 길거리와 TV에서 무의식적으로 많이 들었다면 마음속에서 어느샌가 그 노래에 대한 평점이 올라간다. 음악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호감도가 자연스러운 노출 빈도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보이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체육 시간을 싫어하고 움직임 활동이라면 끔찍해하는 아이도 체육 시간에 자주 해왔던 피구 놀이에는 빠지지 않는다. 음악 시간을 시작할 때 특정 노래를 한번 부르고 본 수업에 들어가는 행동을 반복하면 연말쯤에 아이들은 특정 노래에 흠뻑 빠져있다. 뇌가 익숙한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하도록 지시하기 때문이다.

 

다시 우리 반으로 돌아가서 살펴보자. 코딩 수업이 초반부였다면 우리 반 A가 학교에 빠질 기회를 걷어차고서 등교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실과, 창체, 동아리 시간을 더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나서 아이들이 코딩에 재미 붙이는 게 보였다. 초등학교는 넓은 분야를 얕게 다루면서 아이들의 흥미와 적성을 찾는데 특화되어 있다고 하지만 흥미와 적성은 짧은 시간 접하는 것만으로는 찾기 어렵다는 게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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