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1일 '도시락 오찬'을 했지만, 양측 모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인선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미묘한 기류가 읽히고 있다.
당초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인선을 논의하는 자리로 여겨진 만큼 이날 인수위 인선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점심무렵 국민의힘 당사의 당선인 사무실을 찾은 안철수 대표는 140여분만에 당사를 빠져나왔다.
오찬 때 배석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회동 뒤 취재진과 만나 "국정 전반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인수위) 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재차 밝혔다.
자신이 유력 인수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거기에 대해선 얘기를 나누지 않아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과 안 대표가 2시간에 걸쳐 도시락 오찬을 진행했다"며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한 전반적 이야기를 나눴으며, 인수위 등 구체적 인사 관련 논의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안 대표와 조율을 거쳐 늦어도 주말까지 인수위 핵심 인선을 확정해야 후속 인사가 가능한 만큼 이러한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벌써 두 사람 사이가 향후 인선을 놓고 삐걱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대로 이미 인수위원장 얘기는 합의된 상태라는 말도 나왔다. 이미 '교통정리'가 끝난 사안이기 때문에 이날 '인수위 인선'을 꺼낼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안 대표가 이날 향후 내각 구성이나 합당 관련 새로운 제안을 꺼내 들면서 인수위원장 확정 발표도 자연스럽게 미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안 대표와의 유대에는 한 치의 틈도 없다"며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누구를 내정한 단계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우선 오는 1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일부 인수위원을 직접 발표할 전망이다.
안 대표가 위원장을 맡지 않는다면 대신 인수위의 기획조정·과학기술교육 분과 등에 안 대표 측 인사들이 포진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안 대표 측 인사를 장관 등 주요 보직에 추가로 입각시키는 방법도 있다.
양측은 모두 국정에 대한 논의를 강조했고, 안 대표가 "굉장히 많은 부분에 대해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한 만큼 두 사람 간에 모종의 협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안 대표는 국무총리 후보군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인수위원장을 거쳐 국무총리를 하는 게 아니라, 바로 '국무총리 직행' 코스를 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제원 실장은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과학기술·교육·코로나·손실보상 문제 등 뼈대를 어떻게 구축할지 말씀을 나눴고,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상에 대해 (윤 후보가) 안 대표에게 많은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 대표도 제게 '당선인이 너무 정확히 알고 계신다'고 말했고, 향후 국정 운영에 노력하자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제가 들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인사 관련) 교감은 하지 않았겠나 싶다. (두 사람이 인수위) 명단을 갖고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말씀인 것 같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안 대표 외에도 또 다른 인수위원장 후보군에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도 거론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두 사람에 대한 신뢰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당선인은 김 전 대표를 '한길이 형'이라 부르며,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전날에도 윤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며 축하 인사를 나누고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되든 인수위원장은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에서 향후 국정의 큰 그림을 짜야 하기 때문에 보수 색채가 옅은 인사가 자리할 것이라는 게 주된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