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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만지고…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된 미술관

수원시립어린이미술체험관, 참여형 프로젝트 전시 ‘예술가들의 놀이터’
시각·청각·촉각 등 ‘놀이’와 ‘감각’을 주제로 한 예술가들 작품 연계
설치미술가 신혜정, 인터렉티브 아티스트 김휘아, 설치조각가 노인우 참여

 

“여러분 놀이가 뭐예요?”

“장난감이랑 노는 거요!”, “그림 그리는 거요!”

 

보통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떠올려보면 고요함이나 조용함 등 정적인 단어가 먼저 생각나는데 이곳은 어린이들로 북적이고, ‘꺄르르’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바로 수원시립어린이미술체험관이다. 이곳은 지난 15일부터 촉각, 청각, 시각을 활용한 현대미술 작품들로 어린이의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젝트 전시 ‘예술가의 놀이법’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는 멀찍이 떨어져 작품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어린이들은 직접 작품을 만지고, 잡고, 작품에 무언가를 붙여가는 ‘놀이’를 경험한다.

 

‘예술가의 놀이법’에는 설치미술가 신혜정, 인터랙티브 아티스트 김휘아, 설치조각가 노인우 등 총 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알록달록한 미션지가 아이들에게 주어진다. 이 미션지를 자르고 접고 하다보면 추억의 ‘동서남북’ 놀이로 이어져, 동행한 보호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전시는 미션 수행 프로그램 ‘촉각 구르기’, ‘청각 잡기’, ‘시각 붙이기’로 구성됐다. 미션을 통해 단순히 공간을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이 감각을 확장하고 사유할 수 있도록 한다.

 

신혜정 작가가 참여한 ‘촉각 구르기’는 어린이의 기억과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촉각적 놀이 경험으로 바꾼다.

 

‘구르는 몸, 부딪히는 몸, 버티는 몸’(2021) 작품의 오브제를 활용한 ‘공-손 오브제’를 통해 세상을 버텨내는 인간의 노력과 의지를 촉각적 놀이로 경험할 수 있다.

 

신혜정 작가는 “동그랗게 표현된 몸에 팔이 붙은 ‘공-손 오브제’는 작가이자 엄마인 제가 시간을 쪼개어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각기 다른 사람의 모습처럼 오브제들도 다른 색과 크기로 제작했다. 우리 친구들이 오브제들을 안고 만지며 위로 받고, 위로를 줄 수 있도록 포근한 촉각이 느껴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엄마 품과 같은 공-손 오브제를 안아보며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소감을 말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듣다가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를 꼭 안아주기도 했다.

 

 

추상적 오브제들로 마치 연극무대처럼 꾸며진 ‘미다스의 강’(2018)은 어린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신 작가에게 손과 발은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어린이들이 작품을 보고 ‘오브제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손은 어떤 것을 가리키며,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겼다.

 

‘청각 잡기’에서는 실재 사운드와 가상 공간을 결합한 ‘외계인의 침’(2021)과 어린이의 놀이기억을 수집한 ‘매직 서클’(2022) 등 김휘아 작가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외계인의 침’은 어린이들이 VR을 착용하고 가상 공간을 체험한다. 가상 공간 속 둥둥 떠다니는 오브제들을 만질 때마다 특정 소리가 들린다. 이때 오브제들을 잡기 위해 손을 움직이면 머리 위 악기와 연결된 끈이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가상의 소리와 실재 소리가 더해져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 진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전시가 처음이라는 김 작가는 “이전에 ‘외계인의 침’을 전시했을 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줘서 ‘어린이 전시로 해봐도 재미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기회가 됐다”며, “어린이들은 전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반응이 즉각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나서 작가로서는 굉장히 좋은 관람객이다”고 전했다.

 

 

‘매직 서클’은 어린이들의 참여로 진행되는 작품으로, 사전에 수원시립미술관 SNS를 통해 놀이의 이름과 방법 등 놀이 기억을 공유 받아 만들었다.

 

VR를 착용하면 가상 공간에 화장품 놀이, 세모 놀이, 종이 인형 놀이, 고무줄 놀이 등 다양한 놀이들을 만날 수 있다.

 

김 작가는 “예전에는 놀이가 일상과 중첩돼 있었는데, 요즘은 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놀이 기억을 모았고,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또 하나의 놀이라고 느낄 수 있게끔 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직 서클’은 이대로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놀이 기억을 계속 수집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매달 새롭게 제작될 예정이니 많은 참여 바란다”고 덧붙였다.

 

 

내부 공간을 둘러본 후 바깥으로 나가면 ‘시각 붙이기’가 빛과 그림자의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한다. 노인우 작가의 ‘공간14-7’은 어린이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그림자를 통해 빛의 공간을 창작할 수 있다.

 

‘공간13-03-1/2/3’은 투명아크릴에 조각 스티커를 붙여, 어린이가 직접 빛의 그림자를 조각하는 시각적 놀이 경험을 할 수 있게 제작했다.

 

아이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러 온 학부모는 “아이가 직접 만지고 체험하니까 지루함 없이 전시를 즐기고 가는 것 같다. 또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작품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서 교육적인 측면에도 좋다”고 관람 소감을 말했다.

 

전시기간 중 오후 4시마다 도슨트가 진행되며, 인원이 많거나 관람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로 도슨트를 제공하고 있다.

 

작품 관람 및 교육 프로그램 모두 무료로 운영되며, 상시 워크숍의 경우 사전 예약 없이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작가 워크숍은 수원시립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 받고 있다. 전시는 오는 7월 30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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