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와 서귀포시가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제주 4.3을 기억하기 위한 ‘다크 투어리즘’을 함께 했다.
안양시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시가 개최한 4.3의 전국화를 위한 교류도시 초청 '4.3역사 알리기 팸투어'에 참여했다.
이번 팸투어는 제주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다크 투어’로 진행됐다.
‘다크 투어’란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적인 여행과는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과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을 뜻한다.
이날 행사는 서귀포시의 자매·우호도시인 8개의 지자체에서 참여, 안양, 여수, 군산, 의왕, 안성, 고흥 등 6개 자매도시와 이천·태백 2개 우호도시의 홍보 담당 직원이 직접 제주 4.3 유적지를 방문해 역사적 아픔을 함께 기억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안양시 등 8개 교류도시 관계자들은 4.3 평화공원 참배를 시작으로 ‘다크투어’를 시작했다. 이어 일제가 제주도 주민을 강제 동원하여 해안 절벽을 뚫어 만든 17기의 진지동굴이 있는 송악산과 그 인근에 위치한 섯 알 오름 학살 터도 돌아보았다.
섯알오름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모슬포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의 예비검속자들 252명이 집단 학살된 장소다. 당시 내무부 치안국은 1945년 미군정에 의해 폐지된 예비검속법을 악용하여 각 경찰국에 불순분자 등을 구속하고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모슬포 경찰서는 344명을 예비 검속했고 1950년 8월20일 새벽 2시에 한림어업창고 및 무릉지서에 구금됐던 63명, 새벽 5시경에는 모슬포 절간 고구마 창고에 구금됐던 132명이 해병대 제3대대에 의해 집단 학살됐다.
그 외에도 4.3 희생자의 이야기를 다룬 KBS 특집 휴먼다큐 '숙자' 시청, 초토화 작전과 소개령으로 집단 총살이 벌어지고 폐허가 됐던 표선 가시마을 4.3길 탐방, 일제강점기에 제주도민을 동원하여 건설한 군용 비행장인 알뜨르 비행장 등을 찾아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이번 팸투어에 참여한 안양시 홍보기획관 언론팀 이동근 부팀장은 “찬란하게 빛나는 제주의 4월에 이렇게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며 “아름다운 제주의 겉모습만 보며 즐기기보다는 그 이면에 감춰진 역사를 알고 이 학살을 기억할 때 온전히 4월의 제주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함께 발행한 ‘제주 4.3 REMEMBER 다크투어리즘’ 팸플릿에 따르면 제주도 곳곳에 위치한 4.3 유적지는 총 11곳이다.
[ 경기신문 = 장순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