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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지천 ‘생태계 파괴’ 안돼…수원시, 환경단체와 갈등

환경단체 “천연기념물 수달 등 서식지 생태계 파괴 우려”
수원시 “사업구간 서식처 아닌 ‘이동통로’로 추정”
입찰 공고 통해 적격 업체 찾아 이미 4월 27일 공사 돌입

 

수원부터 안성 일대까지 관통하는 황구지천의 고수부지 산책로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수원시가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다. 해당 구간은 이미 지난달 27일에 공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4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시는 고색교(권선구 오목천동)~솔대교(권선구 고색동)을 잇는 400m 구간의 황구지천 고수부지 녹지를 정비해 산책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지난해 7월 이필근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3)이 특별조정금 17억여원을 확보함에 따라 추진력을 얻었다.

 

이 도의원은 “이번 사업을 위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그동안 개발에서 제외돼 상대적 소외감과 불편을 겪었던 서수원지역 시민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사업비 확보에 힘썼다”고 추진계기를 술회했다.

 

 

현재 수원에는 황구지천뿐만 아니라 수원천과 원천천, 서호천이 있는데 이 하천들의 고수부지에 산책로가 있어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간 황구지천은 자연하천으로써 지정됐지만, 환경정비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주민들로부터 하천을 정비·개발해달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이 도의원은 “이 사업을 통해 황구지천의 경관도 정비되고 시민들이 쾌적한 산책로를 이용해 좀 더 가까이서 황구지천을 볼 수 있게 된다”면서 “찾아오시는 시민들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과 사람이 조화된 황구지천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을 포함해 흰뺨검둥오리, 중백로 등 보호해야 할 동·식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잃을 것은 물론 황구지천의 환경도 파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한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차장은 “이미 제방 윗길로 사람들이 많이들 왕래하고, 이를 따라 지금의 산책로가 조성됐으며 이 구간에서 벚꽃축제도 진행됐다”며 “이 도의원과 수원시에선 ‘제대로 된 산책로가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에서 왕성호수부터 농심교까지의 일대 등 도내 하천을 대상으로 ‘경기도형 청정 하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 추진하는 구간들은 사람에게는 짧은 산책로이겠지만 하천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는 생명을 유지할 터전인 소중한 구간이다”고 지적했다.

 

수원환경운동연합 역시 수원환경운동센터와 동일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이유로 시는 지난해말 개발을 원하는 인근 주민들과 ‘개발로 인한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와의 간담회를 위해 사업을 한차례 뒤로 미뤘다.

 

이에 대해 당시 환경단체들은 “시가 지난해 6월부터 예산을 투입해 실시설계를 시작하는 등 이미 사업 추진을 사실상 확정했다”며 “이를 알리지 않은 채 간담회를 진행한것은 절차를 밟기 위한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 시는 지난해 4월과 7월 경기도 특별조정금 총 17억여 원을 확보한데 이어 3000만 원을 들여 실시설계를 진행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생태계 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들이 제동을 걸자 급하게 시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간담회도 녹록치 않았다. 낙후된 황구지천 일대의 정비를 촉구하는 주민들과 수원 지역의 자연 환경 보호를 요구하는 환경단체 측의 의견이 서로 대립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갈등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권용수 수원특례시시청 하천관리팀 주무관은 “황구지천 사업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환경단체 및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만나며 사업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며 “처음에 반대의사가 강했으나 최근까지 소통하면서 조금씩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 주무관은 “이전에 언론을 통해 ‘전문가를 섭외해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겠다’ 밝혔는데 이에 대해 지금도 해당 영역의 전문가를 찾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시민들이 다니는 제방 윗길 산책로의 재포장과 고수부지로 쓸려 내려온 흙들을 정리한 뒤 그 단면의 포장 여부 등도 향후 단체들과 계속 소통을 이어가며 좋은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김은혜 수원특례시시청 환경교육팀 부팀장은 “수달들이 화성이나 왕송호수 등 타지에서 살다가 잠시 황구지천으로 와서 놀다가 가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해당되는 사업구간은 ‘서식처’라기보다 이동하는 ‘통로’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구지천에서 발견된 수달은 2019년부터 발견이 됐고 시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시는 지난 3월 31일 해당 사업과 관련 입찰 공고를 내고, 적격 업체를 심사한 뒤 지난달 27일 착공에 들어갔다.

 

시민사회 한 지역 전문가는 “쾌적한 산책로 조성을 통해 지역사회 활성을 바라는 시와 기후위기 등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맞서 생태계를 지키려는 환경단체 간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 경기신문 = 임석규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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