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하늘에선 더 행복해야 돼.”
지난 7일 신호를 무시하고 주행하던 굴착기에 초등학생이 치어 숨진 평택 청북읍 청아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10일 오전 사고현장에는 숨진 학생을 추모하기 위해 추모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날은 숨진 A양의 발인식이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A양이 학교에 잠시 들러 노제를 지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국화꽃과 추모 편지, 과자와 음료수, 인형 등이 가득 놓여 있었다. 고사리손으로 추모 메시지를 담은 쪽지에는 서툴지만 한자 한자 정성들여 꾹꾹 눌러쓴 글씨로 “안타깝고 슬프지만 꼭 울지않고 행복한 일만 있길 바래” 등 예쁜 마음을 담은 추모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3살배기의 아이와 함께 추모공간을 찾은 박준태 씨(가명, 36)는 “동네에서 이런 끔찍한 일리 일어나니 자녀를 둔 부모로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찾아왔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제도의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5살 딸과 남편과 함께 찾아온 윤희진 씨(가명, 34)도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겪을 유족의 큰 아픔을 무어라 위로해야 할지 몰라 너무나 안타깝다”며 “최근 어린이보호구역 시속 제한을 완화하자는 이야기가 간간이 들려오는데 이번 사고가 그러한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청아초등학교 관계자는 “A양과 함께 보냈던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가와 위클래스 지원 등을 통해 심리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숨진 A양이 3학년 시절 옆 반에서 담임을 지냈다고 밝힌 학교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인해 교육 공동체가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 우려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는 “작년 학교가 평택경찰서에 직접 민원을 제기해 양방향으로 속도 단속 카메라와 어린이 보호구역 시설을 설치하고,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직접 교사들도 나서 지도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며 “그런데도 이번 사고가 일어나 비참할 따름인데 사고 낸 가해자는 아직도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변명하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굴착기 기사는 경찰에 구속된 상황이다.
이날 평택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50대 굴착기 기사를 구속했다. 앞서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굴착기 기사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주 우려 등의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조사 결과 굴착기 기사는 직진신호가 적색신호로 바뀌었는데도 무시하고 주행을 하다가 사고를 냈고, 이후 어떠한 조치 없이 3㎞가량 계속 주행한 뒤 신고를 받아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굴착기 기사는 경찰조사에서 “사고를 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상은 법정형이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고 후 미조치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또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자동차 등의 사고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A씨에게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굴착기의 경우 이 법이 규정하는 자동차나 건설기계 11종(덤프트럭 등)에 포함되지 않아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