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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도산 안창호

 

최근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학교측을 상대로 4개월째 시위 중이다. 학교당국은 침묵한다. 몇몇 학생들이 수업권 침해를 주장하며 노조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뉴스를 접하고 스무 살 청년들이 옳다고 편드는 어른들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물론 그 애들 편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선 그 부모들 대부분이 그쪽일 거다. 밭이 산물의 등급을 정하잖나. 그 '학구파'들이 교수나 국회의원이 된다면 실로 끔찍한 일이다.

 

민주당 의원들 몇이 중재를 하는 모양이다. 무명의 뜻있는 다수도 연대하여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화해와 합의로 결론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유사상황으로 갈등하고 있는 다른 대학들, 공공기관들, 기업들의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1898년 9월 10일은 고종황제의 생일날이었다. 그날 독립협회는 평양 대동강 모란봉 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지식인, 학생, 부인, 상인, 백정 등 1만명이 신분을 초월하여 모여들었다. 이 애국토론회에 스무 살 청년 하나가 연사로 등단, 귀빈으로 참여한 지역유지들을 포함, 조정을 간담이 서늘하게 꾸짖었다. 

 

 

"백성들은 사또가 좋은 정치를 베풀어서 잘살게 해주기를 바라지만, 관리들은 서로 싸움질이나 하고 세금 거두어 배터지게 먹기나 하니 나라꼴이 제대로 되겠는가. 백성들의 안위를 책임진 진위대장은 죄없는 사람들 족쳐서 재물을 빼앗아 가니 장차 나라가 어찌 되겠는가." 


요즘으로 추산하면 백만 명 정도될 그 군중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가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이다.

 

그는 1902년 유학 목적으로 미국에 갔으나 이민 1세대 교포들의 처참한 생활수준을 목격하고는 학업을 단념한다. 그들은 지저분하고 더럽고 쓰레기 아무데나 버리는 야만족 취급을 받았다. 도산은 곧바로 교포사회를 지도하는 일에 헌신한다. 각 가정을 방문하여 청소해주고 눈 오면 가장 먼저 거리를 쓸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을 솔선했다. 그 진정성 덕에 마침내 동포사회가 변하기 시작했다.

 

도산의 가르침과 덕행은 두터운 경전의 어록들 같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 중 '모란봉 연설' 때 도산이 겨우 스무 살의 애송이였다는 사실과, 미국 망명 시기에 '대한 사람'ㅡ도산의 표현ㅡ의 자부심을 완전히 무너뜨린 교민들을 이끌어 미국사회에서 민족의 명예를 되찾는 일에 헌신했던 대목을 특별히 상기한다. 

 

 

20대 초반의 그 학도들이 전두환 일당도 아니고, 하필이면 이 세상 최약자들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작태를 도저히 외면하고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2300년 전 알렉산더 대왕과 당대 수퍼-리치 빌 게이츠도 약관(弱冠) 스물에 자이언트가 되었다. 간장종지에 무슨 수로 바다를 담겠는가.

 


네티즌 의견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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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사랑
    • 2022-07-29 08: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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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몇 학생이겠죠.
    학생 대다수는 아니리라 봅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학교에 제의하는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하 봅니다.

  • 귀로
    • 2022-07-28 13: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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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상반된 양측의 의견을 취재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옛날처럼 꾸지랑하는 어른이 없는게 안타깝고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 알토혼
    • 2022-07-28 10: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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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교육이 사라지고 입시교육에 매몰된 교육 현실의 결과네요 ~ 김교신 선생님도 생각이 납니다

  • 쉬어가기
    • 2022-07-27 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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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1 때 우연히 흥사단에 인연이 닿아, '무실역행 충의용감'을 내 기본 인격으로 삼게 되었고 기러기의 선비정신을 내 행동거지의 좌표로 삼을 수 있었으며, 그것은 내 삶의 긍지가 된 축복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의문을 가진 것은 ''왜 도산이 민족의 스승이나 젊은이들의 멘토로서 더 큰 존경을 받지 못하는가'라는 아직도 알지못하는 의아함입니다. 가훈, 교훈, 가치관, 포부, 형이상학 등 등의 주제로 가족간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도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갖는 또 다른 의구심입니다.

  • 야옹이
    • 2022-07-27 14: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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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웠던 그시대에 안창호선생님이 계셨고 지금도 시국이 별반 다를바 없어보여 우리 미래를 이끌고 제시해줄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 야옹이
    • 2022-07-27 14:43:15
    • 삭제

    어려웠던 그시대에 안창호선생님이 계셨고 지금도 시국이 별반 다를바 없어보여 우리 미래를 이끌고 제시해줄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 조호진
    • 2022-07-27 14:41:45
    • 삭제

    연세대 청소부들에게 소송을 건 애들 작태를 도산 선생님이 아신다면 얼마나 안타까워하실까? 이놈의 일베 자식들, 나라를 쓰레기로 만드는 자식들이라고 욕하지 않을까. 이 애들이 어른이 되서 이 나라를 얼마나 더 쓰레기를 만들지 생각하면 슬프고 화난다.

  • 네임
    • 2022-07-27 10: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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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기성세대 문제지요. 스무살 청년은 그 반영일뿐

  • ihutech@gmail.com
    • 2022-07-27 10: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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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후리아들놈들의 싸가지없는행동이군요

  • 난몽
    • 2022-07-27 1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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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 안창호선생의 인간성을 깨우쳐 주신 필자께 감사를 드립니다.누군가는 정확한 지적을 해야..요즈음의 젊은이들이 경각심을 갖는다고 봅니다.그런 의미에서 오세훈필자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지요.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우리애들한테도 보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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