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내게 주신 문화유산은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이다. 선을 쌓는 집에 경사가 있고, 조상의 적덕으로 자손이 받게 되는 경사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다’고. 그러니 힘들어도 착하게 살면 ‘나도 이만하면 살겠구나!’ 싶을 때가 온다고 다독거려 주었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논어 맹자 노자를 줄줄 외울 정도의 독서광이었다. 동양문화의 핵이 되는 인문학 공부는 자존심을 도도히 지니게 했다. 쩨쩨하거나 천박한 일은 하지 않았다. 체면을 매우 중시했으며 수신하고 가정을 건사한 뒤 사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
기원전 343년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 2세로부터 열세 살 된 아들의 교육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 왕실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훗날 알렉산더 대왕으로 불리게 되는 알렉산드로스 3세를 7년 동안 가르쳤다. 그 결과 알렉산더 대왕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났기에 전쟁터에서도 책을 읽는 알렉산더의 두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1807년, 아리스토텔레스의 알렉산더 대왕 교육법 중 하나인 ‘논박(elenctic)’은 크리스토퍼 랭델 교수에 의해 1924년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으로 흘러들어 가 ‘최고경영자의 사고(思考)’라는 과목이 되었다.
올해는 ‘청년 책의 해’이다.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첫출발 책드림’ 사업으로 공공도서관에서 올해 6권 이상 책을 대출한 청년을 대상으로 모바일 성남 사랑 도서상품권 2만 원 권을 제공한다고 했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1인당 10만 원까지 도서 구입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나는 평소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내 문장을 자주 쓴다. 책 속에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영혼의 로드 맵이 있다. 그리하여 다양한 책을 읽는 청년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 역으로 고시 합격 공부한다고 인문학 책은 물론 시나 수필을 잡문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는 불쌍하게 생각한다. 인간의 길에서 멀어져 혼자만 거드름 피우며 산다는 것 같아서다. 한 편 지금의 사회 환경과, 희망 없는 자연환경 속에서 독서 운운하는 것도 쑥스럽다. 나이 든 세대로서 청년들에게 부끄럽다. 그러나 고민 없이 청년기를 건너온 사람 드물다. 힘든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인문 고전을 읽고, 자연과학을 이해하면서, 인간의 마음과 생각하는 힘과 가치 있는 삶의 길을 터득하길 바란다. 그 뒤 자기 삶의 주인 노릇하며 당당히 살아가기를 간절히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