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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 잡았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아빠 ‘다니엘’의 이중생활 그려
‘사랑이 있는 한, 가족은 연결돼 있다’는 의미 전해
동명 영화 원작,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
8초 만에 이뤄지는 ‘퀵 체인지’
11월 6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저는 아이들이 필요합니다. 아이들도 제가 필요해요.”

 

무책임한 남편, 철없는 아빠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다. 어떤 노력도 없이 놀기만 좋아했던 그에게 아내는 이혼을 통보하고, 법원은 아내에게 양육권을 모두 넘길 것을 명한다.

 

양육권을 뺏겼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던 남자는 그렇게 아빠 ‘다니엘’과 보모 ‘다웃파이어’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서로 다른 조각이 맞춰져 하나가 되는 ‘테트리스’ 게임처럼, 어떤 형태와 조각이든 ‘사랑이 있는 한, 가족은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은 지난 1993년 개봉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개봉 당시 전미 박스오피스 11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제6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분장상과 제5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은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오페럴이 극본을, 웨인 커크패트릭과 캐리 커크패트릭이 음악을 맡았다. 특히, 이번 한국 제작 공연은 브로드웨이 바로 다음으로 초연되는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사용권) 공연이다.

 

뮤지컬의 내용은 원작 줄거리와 유사하다. 성우인 다니엘은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인물이지만,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기 일쑤. 아내 ‘미란다’의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카드 한도를 초과하도록 놀러 다닌다.

 

원만한 가정생활을 위한 부부상담에도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의 학교까지 빠진 뒤 집 안에서 한바탕 생일파티를 벌이는 철부지 남편 다니엘. 미란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혼을 선언한다.

 

‘리디아’, ‘크리스’, ‘나탈리’ 세 아이의 양육권은 아내 미란다에게 주어진다. 법원은 다니엘이 보호관찰관의 입회하에 주 1회만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그에게 적당한 거처와 직업이 생길 경우 공동 양육을 고려하겠다고 판결한다.

 

 

◇ 웃음과 박수가 끝이지 않는 175분

 

아이들과 하루도 떨어질 수 없는 다니엘의 고군분투가 시작되며 작품은 본격적인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일이 바빠져 보모를 구하겠다는 미란다의 말에 다니엘은 자신이 아이들의 보모가 되기로 마음먹고, 미란다에게 가짜 구직 전화를 해댄다.

 

급여를 어느 정도 생각하냐는 미란다의 질문에 ‘사딸라’를 외치고, 아이들을 돌보기엔 힘에 부칠 것 같은 ‘오징어 게임’ 속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 흉내를 낸다. 급기야는 보이스피싱을 따라하며 미란다에게 구직의 힘겨움을 선사한다.

 

그 후에야 이어지는 정겹고,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보모 경력직 할머니. 미란다는 이 사람을 도저히 놓칠 수가 없어, 바로 면접을 보자며 이름을 묻는다. 그러나 미처 이름까지는 생각지 못한 다니엘.

 

때마침 통화 중인 다니엘 뒤로 한 여성이 남성을 따라가며 외친다. “잘 생기면 다 오빠야~ 다 오빠예요” 그렇게 다니엘은 “다 오빠야? 다 옵, 다, 다, 다웃파이어!”를 소리치며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됐다.

 

원작 영화에서는 다니엘이 신문을 보며 ‘다웃파이어(Doubt Fire)’로 이름을 지었던 부분을 국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재치 있게 풀어낸 것이다.

 

또한, 분장사인 형을 찾아가 여장을 부탁하는 다니엘에게 형은 “아~ 킹키부츠(다니엘 역 배우 정성화 전작) 하는구나”라며 배우 맞춤형 대사로 웃음을 준다. 다니엘이 다웃파이어 부인으로 분해 요리를 하는 장면에서는 유튜브를 틀어 요리연구가 백종원, 요리사 고든 램지의 영상을 보는 것처럼 무대를 연출했다.

 

 

◊ 성대모사부터 탭댄스까지, 출구 없는 매력의 다니엘 ‘정성화’

 

다니엘 역의 정성화는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뮤지컬화되며 가장 많이 언급됐던 배우이다.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다채로운 끼를 뽐낸다.

 

다웃파이어 모습을 한 채로 존재하지도 않은 추억을 미란다에게 털어 놓으며 웃음을 안기고, 화려한 탭댄스를 선보인다. 미란다의 새 브랜드를 출시하는 자리에선 육중한 몸매에 형광색 쫄쫄이 의상을 입고 격렬한 춤을 보여 준다.

 

청소부로 취업한 방송국에서는 손인형극으로 익살스런 목소리 연기를 해내고, 일정 구간을 반복하는 음악 장비 ‘루프 스테이션’을 이용해 비트박스와 랩을 들려준다.

 

정성화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 완벽히 소화해내고 싶은 욕심이 크다. 정성화만의 끼 넘치는 다웃파이어를 위해 새롭게 랩과 탭댄스 등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고 공연이 개막하기 전 작품에 대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의 백미인 ‘퀵 체인지(분장, 의상 등을 빠르게 바꾸는 것)’에서 정성화의 진가가 발휘된다. 다니엘에서 다웃파이어로, 다웃파이어에서 다니엘로 공연 중 총 18번의 퀵 체인지가 있는데, 8초 만에 이를 소화해야 한다. 정성화는 가발을 착용하고 옷을 갈아입는 와중에도 중후한 남성과 인자한 할머니의 목소리를 바삐 오가며 연기한다.

 

 

◊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귀염 뽀짝’ 아역들의 매력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아역들은 작품 초반에만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역할이 아닌,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특히, 어른스러운 큰딸 리디아는 다웃파이어를 처음 마주하던 날 “엄마가 아빠를 버리고 대신할 사람을 찾은 거야”, “어른들도 애들처럼 굴지 말아야지”라며 가족 문제로 고민하는 15살 사춘기 청소년을 표현한다.

 

또한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현실엔 없는 사람이야. 그게 아빠한테나 좋지, 우리한테 뭐가 좋아”라며 다니엘에게 충고를 건넨다.

 

둘째 크리스는 다니엘과 친구 같은 부자 사이로, 수업을 빼고 놀자는 아빠와 가장 신나게 놀고 즐긴다. 다니엘과 미란다가 갈라선 후에는 “내 잘못이야. 성적 떨어지고 놀았으니…”라면서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 나탈리는 언니와 오빠를 따라 무대를 누비며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아빠는 우리 가족이 아닌 걸까”라고 속상해하는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원망, 자책, 속상함 등 가정 해체에 놓인 세 아이들의 열연에 관객들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공연은 11월 6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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