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본을 다시 보자”
지난 8월 수원문화재단의 새 수장이 된 김현광 대표이사. 그는 출입 기자들과 가진 취임 인터뷰에서 재단이 10년간 축적한 문화적 역량들을 가지고 기초부터 다시 섬세하게 다져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재단이 그동안 여러 가지 성과를 이뤘지만 동시에 부족한 면도 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을 되돌아보고, 시민·지역예술가들과 더 친밀하게 소통하며 우리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건지 그런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미래로 나아갈 때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설립 10주년, 법정 문화도시 지정, 대면 행사로 돌아온 ‘힐링폴링 수원화성’ 개최 등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는 수원문화재단. 김 대표에게는 취임과 동시에 재단의 굵직한 사업들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김 대표는 “제8대 대표이사로 취임해 큰 영광이면서도 동시에 책임과 부담도 크다”며 “제 경영철학인 ‘시민중심’, ‘소통확산’, ‘변화와 혁신’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재단의 미래 10년을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지나온 10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겠다는 김 대표. 그가 그리는 수원문화재단과 문화도시 수원은 어떤 모습일까.
◇ 120만 대도시 수원특례시, 문화특례시를 꿈꾸다
수원특례시는 제3차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돼 올해 1차년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법정문화도시로 지정 되면 5년간 190억의 예산(국비5:시비5)을 지원받게 된다.
김 대표는 “120만 대도시 수원시는 문화자치구 기반의 문화특례시를 만들고자 한다”며 “4개 행정구와 5개 생활권역 시민협의체 조직의 민관협력(거버넌스)을 구축해 문화자치구를 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화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해 김 대표는 수요자인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강조했다.
“우리 수원은 원도심권과 신도시권의 구분이 명확한 도시다. 각각의 권역 특성에 맞는 문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주민이 참여해서 진행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구도심권을 유지함과 동시에 신도시권으로 문화를 확장하는 수원맞춤형 문화도시 조성을 추진해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한 중점 사업으로는 수원만의 이야기를 지닌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을 활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의 전통적 가치는 다른 도시가 가질 수 없는 특성화된 지역가치다. 차별화된 수원만의 지역가치는 원도심 한가운데 머무르지 않고 신도시와 연결돼 수원이라는 도시 전체가 문화로 소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원 전체가 균형적이고 형평성 있게 문화적 생산과 수요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 배경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행궁동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2013년 도시재생을 시작한 이후 행궁동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문화도시 수원의 시발점이 된 좋은 변화도 있었지만, 임대료가 오르고, 상업적 과열현상도 벌어지고 있는 만큼 공동화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이어질 도시재생 추진과 관련해 원도심 주변으로의 ‘분산’에 집중한다면 더욱 큰 동반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었다.
◇ 창의적 관광 사업 발굴 및 문화 확산
재단은 현재 행궁동 전체를 대상으로 브랜드 확장 및 관광 목적성 강화를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행궁동 주변 지역으로 관광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게 숨은 명소를 발굴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골목길에 문화예술을 더해 도보 탐방 연결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여기에서도 시민과의 소통은 빠지지 않는다. 지난 8월 11일에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의 효율적 추진과 향후 지역 주도의 지속 가능한 관광체계 구축을 위한 ‘수원화성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을 발족했다.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 지역협의체 등 11개 기관·단체로 구성된 이 조직은 상호 협력을 통해 지역관광 발전을 위한 정책 발굴과 관광 진흥 발전을 위한 교육 참여, 홍보 지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현재 지역관광추진조직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교육과정을 진행하며, 지역 특색이 담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는 등 관광 발전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지속 가능한 수원화성의 관광 발전과 지역관광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 시민·지역예술인 위한 아낌없는 지원
“시민들이 문화를 많이 접하고 경험해야 그 관심도 커진다.” 김 대표는 문화가 일상으로 스며들어 향유할 수 있게 문화예술 공간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특히, 지난해 11월에 지어진 수원시 복합문화공간 111CM은 지역 문화예술 거점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5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2022 인문도시주간’에는 동네 서점 18곳이 참여하는 ‘9일간의 책 여행’을 개최한다. 책 이야기 마당(북토크)을 비롯해 각 서점별 특색이 있는 독서모임, 블라인드 북(표지를 알 수 없게 포장한 책) 판매도 진행한다.
수원의 또 다른 거점 문화 공간인 SK아트리움에서는 연말 다양한 공연들이 계획돼 있다.
김 대표는 “내달 한국 컨템포러리 뮤직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국악그룹 ‘신노이’의 무대가 펼쳐지고, 가족 연극 ‘수상한 집주인’, 가족 뮤지컬 ‘생텍쥐페리’를 공연한다. 12월 24일 팬텀싱어 손혜수와 뮤지컬 배우 테이가 함께하는 갈라 콘서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지역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창작공간도 있다. ▲시각예술인 전시공간 행궁길갤러리 ▲시각예술작가 입주공간 푸른지대창작샘터 ▲경기도 문화재전수자 4인을 지원하는 무형문화재전수회관 ▲문인협회를 위한 문학인의 집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원미디어센터’의 새 둥지
시민 개개인이 가진 생각과 목소리를 미디어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 ‘수원미디어센터’.
기초부터 전문분야까지 다양한 미디어 교육과 함께 누구나 미디어 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접근권 개선 교육을 진행한다. 미디어 능력을 활용해 지역 내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며, 자발적 콘텐츠 제작 활동을 펼치는 마을미디어 활동가를 양성하기도 한다.
현재는 수원청소년미디어센터 한편에 위치한 수원미디어센터가 내년이면 새 둥지를 튼다. 행궁동에 위치하게 될 새로운 수원미디어센터는 전국 미디어센터 최초로 한옥 형태로 건축 중이다.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설비를 갖춘 음향 특화 단독 상영관을 만들고, 4K 영상 제작 및 실시간 송출이 가능한 시스템, 1인 미디어 참여 확대를 위한 방송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장애인 및 노인 등 누구나 미디어센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배리어 프리 인증(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 인증 제도) 기준에 맞춰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인근으로 이전함에 따라 관광과 연계한 공공 인프라 기능 확대하여 문턱 없는 미디어센터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