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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유보금 1000조…과감한 ‘재투자유인책’ 절실

기업에 사상 초유 경제난 극복 마중물 역할 주문해야

  • 등록 2022.10.05 06:00:00
  • 13면

국내 100대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지난해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고유가·고금리·고물가로 인해 투자 발굴과 사업 육성이 쉽지 않다는 명징한 반증이다. 위기의 수준을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악화하고 있는 경제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는 현상은 또 다른 위험 요소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폭발시킬 수 있는 과감한 투자 유인책을 써야 할 시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 사내 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2012년 630조 원에서 작년 1025조 원으로 불어났다. 10년간 무려 395조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1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사내 유보금은 같은 기간 26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188조 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사내 유보금 연평균 증가율은 5.5%였으나,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은 절반에 가까운 2.3%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매출액 대비 사내 유보금 비율을 뜻하는 ‘유보율’은 2012년 46.7%에서 2021년 62.0%로 증가했다. 재투자를 망설이면서 번 돈을 재무적으로 쌓아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이 여의치 못한 상황임을 현저히 증명한다.

 

사내 유보금이란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며 벌어들인 수익에서 모든 비용과 세금, 배당금까지 제한 최종적인 순이익의 누적 금액이다. 정확히는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것으로서 단순히 ‘남은 돈’이라고 여기는 것은 무리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 중 빠른 재투자가 가능한 자금은 대략 20% 안팎으로 분석된다. 이를 놓고 불법파견이나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착취의 부산물로만 인식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어쨌든 10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순환하지 않고 묶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의 성장판을 폐쇄한 것이나 다름없다. 단순히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들만 비판할 수는 없다. 기업은 이윤이 생긴다고 판단하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게 생리다. 기업들이 왜 투자를 망설이는지 이유부터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업 유보금이 1000조 원을 돌파한 현상은 기업들이 선뜻 투자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 및 세제 개혁 등 실질적인 투자 유인책이 뒷받침돼야 함에도 정치권은 권력투쟁에 골몰하느라고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왕성한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고 잉여금을 선순환에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권이 걸핏하면 외치는 진정한 ‘민생정치’일 것이다.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규제 혁파 법안 처리 등 역할에 나서야 한다. 치솟는 국제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무역수지는 6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환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등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세계가 경제난 쓰나미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는 증거는 뚜렷하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의 역할은 더욱 중대하다. 새를 때려서 노래하게 할 수는 없다. 기업의 활발한 재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지원으로 투자 의지를 독려하는 과감한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기업 하기 가장 좋은 나라’의 꿈은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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