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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동행, 아직도 ‘먼 길’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훈련 마친 시각장애인 안내견 ‘소라’
“머릿속에 지도 있어야…안내견이 구체적으로 찾아주긴 쉽지 않아”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사회적 이해 필요”

10월 15일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정한 ‘흰지팡이의 날’이다. 이날은 흰지팡이가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보호와 안전 보장, 자립과 성취를 상징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실제 흰지팡이를 들고 거리를 나선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이 같은 상징에 가까이 가지 못 하고 있다. 보행권과 관련한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와 이들을 돕는 안내견의 이야기를 두 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시각장애인은 세상에 없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거예요”

②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동행, 아직도 ‘먼 길’

 

 

‘흰 지팡이’와 함께 시각장애인의 동반자인 ‘안내견’. 하지만 여전히 만연한 사회의 편견의 시선과 여러 제약 사항들은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의 아름다운 동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평택의 한국장애인도우미견 협회. 이 곳에서는 강아지들이 안내견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 중 취재진을 맞이한 5살 안내견 ‘소라’는 능숙한 움직임으로 길을 안내하는 시범을 보였다.

 

소라는 “right go(오른쪽으로)”, “find step(계단 찾기)” 등 ‘영어’ 명령어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주변 다른 사람들의 말에 반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find chair(의자 찾기)” 명령으로 의자를 찾은 소라는 훈련사의 다리 뒤로 들어가 엎드렸다. 시각장애인안내견들은 지하철 등 장소에서 피해를 덜 끼치기 위해 통로 대신 장애인의 다리 밑으로 최대한 숨는다.

 

다른 강아지들은 이외에도 배변 훈련, 식사 훈련 등 보통 1년에서 2년 반 정도의 훈련을 거쳐 안내견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모든 안내견이 훈련만 마쳤다고 해서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완벽히 도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안내견의 도움을 받기 위해선 시각장애인이 이미 길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협회의 이이삭 사무국장(훈련사)은 “머릿속에 지도가 있어야 한다”며 “때문에 시각장애인분들 중에서도 단독 보행 능력이 없으면 안내견 분양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내견과 6년 동안 함께 했다는 중도 시각장애인인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 김정준 사회복지사도 “위치와 길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며 “안내견도 몇 가지 인식을 하고는 있지만, 아주 구체적으로 찾아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 여전히 남아있는 안내견에 대한 인식 부족도 이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같은 복지관의 중도 시각장애인인 유영태 사회복지사는 음식점에 안내견을 데려갔다가 거절당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무조건 안된다’는 가게 주인에게 안내견을 거절하면 ‘30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되는 걸 설명했더니, “신고하든말든 관심 없다. 안내견 때문에 개 털 날리는 것보다 낫다”는 답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유 복지사는 “차라리 지팡이 들고 다니는 사람은 받아주는데 아직도 안내견에 있어선 먼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 복지사는 “안내견을 받는 건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라며 “무조건 시각장애인의 권리만 주장하면 안되겠지만, 사회적으로 타협도 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서로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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