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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오랜 사랑으로 채워가는 인천 미추홀구 ‘허름한 미술관’

동화작가 이정애, 올해 4월 1일 처음 문 열어
첫 전시로 발달장애 화가 박소영 씨 개인전
이후 전시 내년 초…3대가 모여 꾸릴 예정

 

 장애(障礙)의 의미가 달라지는 곳이 있다. 몸이 불편하다는 뜻이 아니다. 길게 사랑한다는 뜻의 장애(長愛)다. 사람 인(人)이 붙으면 길게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이다.

 

인천 미추홀구 용일초등학교 후문의 ‘허름한  미술관’이 바로 그곳이다.

 

동화작가 이정애(63) 씨는 올해 4월 1일 허름한 미술관의 문을 열었다. 미술관에서 열린 첫 전시회의 주인공은 발달장애 화가 박소영 씨(28)다. 그의 딸이다.

 

소영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그림으로 상을 받았다. 10년 넘게 그림을 그려왔고 또 그만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이정애 씨는 “(소영이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상도 많이 받아 왔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름한 미술관은 원래 서재로 얻은 공간이었다. 소영이의 작품들을 정리할 겸 걸었는데 보기에 괜찮아 미술관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했다.


국문학을 전공한 이정애 씨는 소영 씨를 낳은 뒤에도 박사 과정을 밟았다. 평론가가 꿈이었는데 공부하기가 여의치 않아 결국 동화작가로 진로를 틀었다.


동화작가 이정애의 꿈은 장애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세계는 판타지가 아닌 일상 직접 겪은 이야기의 재구성이 많다.

 

그는 “가진 재능으로 장애의 인식을 바꾸려면 무얼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글을 쓰게 됐다”며 “옴니버스 이야기로 책을 내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영 씨 그림의 특징은 알록달록한 원색이라는 것. 사람 그리는 것과 크레파스를 잘라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가장 애착을 보이는 작품은 자화상이다. 

 

미술관 뒷 마당 옆 창고는 소영 씨만을 위한 전시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미 벽에 여러 작품이 걸려 있었다.

 

작품 제목은 엄마가 붙여 준다. 소영 씨가 그림을 그리면 엄마는 무엇을 그린 거냐고 묻는다. 설명을 듣고 적절한 제목을 단다.

 

지금 허름한 미술관에서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5명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내년 초에 있을 전시는 소영 씨, 소영 씨의 할머니, 미술을 전공한 소영 씨의 삼촌 3대가 모여 꾸릴 계획이다. 

 

이정애 씨와 소영 씨는 최근  즐거운 소식을 들었다.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원하는 공모전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전시는 오는 11월 예술의 전당에서 볼 수 있다.

 

미술관 옆 벽에는 ‘장애는 사랑이어라’,  ‘長愛(장애) 길게 사랑하는 것’이라는 문구와 그림이 적혀 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좋다”고 말한 만큼 박소영 씨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림을 사랑할 것이다.

 

이정애 씨는 “장애가 있 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적이고 편안하다”며 “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샛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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