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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 “선감학원 피해자 배·보상 특별법 제정해야”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 진실규명 결정 이후 인터뷰 진행
진실규명 결정 후 곧바로 김동연 지사가 사과…“이례적인 것”
앞으로의 과제는…정부 차원의 사과 및 권고사항 이행 여부
유해 전면 발굴 및 선감학원 피해자들 배·보상 문제도 ‘관건’

 

‘선감학원’ 소년들이 머리가 희끗해질 때쯤 한(恨)을 풀었다. 선감학원 폐원 후 무려 40년의 세월이 흘러서다. 지난 20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가해자인 경기도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례적인 공식 사과에 피해자들은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연신 눈물만 흘렸다. 이들의 눈물은 무엇을 의미할까. 경기신문은 선감학원 설립부터 폐원 후 진실규명 결정까지 80년 세월 속 과정들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 결정까지…‘경기도 역할론’
②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 결정까지…상처 입은 ‘피해자들’

③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 결정까지…향후 권고사항 이행 ‘관건’

<끝>

 

“선감학원 진실규명 결정 기자회견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직접 오셔서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사과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에요. 보통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사과하니까요.”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 결정 다음날 경기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결정 이후 관련 부처들에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하는데 도가 진실규명 결정 당일 가장 먼저 사과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가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이례적인 사과’를 하기까지는 진실화해위의 1년 5개월간 진실규명을 위한 숨은 노력이 있었다. 게다가 정 위원장의 특별한 각오도 더해졌다. 

 

올해 66세로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들과 동년배인 정 위원장은 “피해자들과 동시대를 살았음에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지내왔다는 것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들었고, 사회학자로서 관련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후회와 반성의 감정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진실화해위 위원장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각오가 남달랐던 이유기도하다. 

 

◇ 조사 과정서 선감학원 탈출해 다른 인권유린 시설 간 ‘이중 피해자’도 발견

 

진실화해위는 2020년 12월 10일 선감학원 피해자 190명과 이재강 전 도 평화부지사가 함께 제출한 진실규명 신청서를 받아 지난해 5월 27일 진실규명을 위한 최초 조사개시를 했다. 

 

선감학원 운영 주체였던 도를 비롯해 국가기록원과 경찰청, 신청인·참고인 진술, 선감도 일대 현장, 유해 시굴 등 다방면의 조사 활동 끝에 신청자 190명 중 167명을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로 인정했다

 

정 위원장은 “비슷한 국가폭력 사례인 형제복지원은 원아대장도 없을 정도로 관리 감독이 소홀해 진실규명이 어려웠는데 선감학원은 원아대장 등 자료가 일부 남아있어 기록에 따른 진실규명이 비교적 수월했다”고 말했다. 

 

다만 “원아대장에 적힌 입·퇴소 일자가 불분명한 사례도 있는데 이는 탈출이나 사망자 문제 등과도 연결될 수 있어 면밀한 2차 조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특이한 사례도 발견했다. 선감학원뿐만 아니라 ‘형제복지원’ ‘서산개척단’ ‘삼청교육대’ 등 국가폭력이 자행됐던 인권유린 시설에 두 차례 이상 강제 수용됐던 ‘이중 피해자’들도 더러 있었다.

 

정 위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 선감학원 퇴소 후 형제복지원이나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등 두세 곳의 인권유린 시설을 한꺼번에 경험한 피해자들도 있었다”며 “공통적으로 한 시설이 해체되면 유사 시설로 넘어가는 형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를 통해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약 5300~54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원아대장에는 4691명이 수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진실규명 신청자 수는 전체 피해자의 4%도 되지 않았다. 

 

이는 선감학원·형제복지원 등 국가가 운영해온 강제 수용 시설은 소위 나쁜 짓을 한 사람, 악성 부랑자 등이 가는 곳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아직까지도 선감학원이나 형제복지원 등을 다녀왔다고 하면 뭔가를 잘못해서 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자신을 함부로 드러내기가 어려운 것”이라며 “심지어 가족에게도 밝히기 꺼려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가 국가기구라고 하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도 해서 진실규명 신청인 수가 적다”며 “오는 12월 9일이 신청 마감일인데 한 분이라도 더 신청해 달라”고 주문했다. 

 

 

◇ 향후 과제는…권고사항 이행, 유해 발굴, 피해자 배·보상 ‘관건’

 

앞으로의 과제는 정부와 도의 진실화해위 권고사항 이행 여부다. 정 위원장은 “2016년 도의회에서 제정한 선감학원 피해조사 및 위령사업 관련 조례를 충실하게 이행, 확대 운영하겠다는 것이 김 지사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권고가 반드시 이행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 위원장은 “진실화해위는 한시적 기구이기 때문에 권고사항이 제대로 이행될지 끝까지 확인하긴 어렵다”며 “(가칭) 과거사연구재단이나 진실화해재단 등 전문 기관을 설립해 권고사항 이행 여부를 계속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해 전면 발굴과 피해자들의 배·보상 문제도 관건이다. 우선 유해 발굴의 경우 선감묘역에 150여 구가 매장돼있는 것으로 추정돼 발굴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국가(행정안전부 소관)가 직접 나서 유해 발굴을 한 전력은 없다. 

 

정 위원장은 “행안부가 유해 발굴의 명확한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유해 발굴 주체는 법적으로 모호하게 돼 있어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차원에서 유해 발굴을 주도하고, 경기도가 보조하며 진행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피해자 배·보상과 관련해선 “지금으로선 선감학원 같은 집단적 인권유린 사건 피해자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국가에 소송을 걸어 해결할 수도 있지만 피해자들이 소송 비용이나 시간 등을 따로 들여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 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도 피해자들에게 책임 있는 사과를 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과거사 청산은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로서 이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민주인권 국가로서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안부 국정감사에서 국감이 끝나는 대로 선감학원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피해지원책 등을 검토할 것을 시사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