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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감학원 피해자 구체적 지원 방안 마련하라

‘불명예·트라우마’ 등 평생 고통에 대한 사과, 국가도 예외 아냐

  • 등록 2022.11.03 06:00:00
  • 13면

이태원 참사로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다. 그렇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선감학원 진실 밝히기’도 그 중의 하나다. 본보는 최근 세 차례에 걸친 기획기사를 통해 선감학원 설립부터 폐원 후 진실규명 결정까지 80년 세월 속 과정들을 짚었다. 기획기사 가운데 두 번째는 상처 입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이게 과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인가, 그것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한 일이었던가 분노마저 치솟았다.

 

지난 10월 20일 가해자인 경기도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40여 년이 지난 2020년 12월 10일 아동피해대책협의회(회장 김영배)는 166명의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당시 이재강 전 도 평화부지사와 함께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선감학원에서 이뤄졌던 인권침해 피해와 함께 국가 차원의 사과와 생존자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9월 26일부터는 유해 시굴 작업을 통해 치아 68개와 원복에 달린 단추 6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드디어 진실규명 결정이 났다.

 

김동연 지사가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김지사는 피해자 생활 지원과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을 약속했다. 묘역 정비와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등도 추진하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 지원 방안을 밝혔다. 이 과정까지 참 오랜 세월이 흘렀다. 아직 이루어진 것은 없고 당시 도지사나 원장 등 관련 공무원들의 사과는 아니었지만 도지사의 사과만으로도 피해자들은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김동연 지사님께 사과를 받으니까 오늘 집에 가서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한 피해자의 말에 그동안 억울하고 막막했을 그들의 심정이 담겨있다.

 

피해자 가운데 본보의 취재에 응한 안 모 씨는 삼형제가 모두 강제로 이곳에 끌려왔다. 안씨는 올해 68세로써 57년 전 11살 무렵 선감도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머리를 몽둥이로 맞아 피를 흘린 것을 시작으로 8년 후 퇴소 때까지 폭행과 폭언,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논과 밭, 염전 등 선감도 일대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학대와 중노동에 시달리다 탈출했지만 도중에 익사해 떠내려 온 친구 시신을 가마니에 말아서 직접 선감묘역에 매장했다는 증언도 했다. 선감학원에서 8년가량을 지내고 퇴소할 때까지 임금은커녕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51%가 자살시도를 했으며 ▲불면증 35% ▲악몽 30% ▲신체적 통증 21% 등 86%가 고통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그동안 함구하고 살았다. 사회적 인식 때문이었다고 한다. 2015년 부좌현(안산단원을)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선감학원 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당시 남경필지사는 이를 인정했다. 2019년에는 이재명 지사가 처음으로 피해자들과 공식 면담하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안씨는 선감학원을 떠난 후에도 불명예 꼬리표로 인해 힘든 세월을 겪었다며 자신의 삶을 ‘뒤틀린 인생’이었다고 했다. 가해자인 도와 국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보상해 달라는 그들의 요구는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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