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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개봉영화] 모두가 스쳐가는 곳에서 살아가는 ‘고속도로 가족’

 

고속도로 가족

장르 : 드라마

감독 : 이상문

출연 :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우리 여기 너무 오래 있었잖아. 이제는 여행갈 때야.”

 

빠른 속도로 목적지까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용하는 고속도로. 그 바쁜 여정에서 식사와 피로를 풀기위해 사람들은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떠나곤 한다. 그렇게 모두가 스쳐가는 이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있다.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2만 원만 빌려주시겠어요?”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가족의 이야기. 아빠 ‘기우’는 휴게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2만 원씩 빌려(?) 가족의 생계를 이어간다.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으면 적절한 때에 어린 아이들이 등장해 “아빠 배고파”를 시전한다.

 

그 2만 원으로 기우와 딸 ‘은이’, 아들 ‘택이’, 아내 ‘지숙’까지 네 가족은 컵라면을 먹거나 휴게소 식당 메뉴 하나를 오순도순 나눠 먹으며 끼니를 해결한다.

 

 

 

텐트를 집 삼아, 밤하늘의 달을 조명 삼아, 휴게소 곳곳을 캠핑장처럼 활용하는 이 ‘고속도로 가족’의 일상은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내어주었던 ‘영선’을 또 다른 휴게소에서 마주치며 가족의 일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는 기우네 가족을 발견한 영선이 기우를 경찰에 신고한 것.

 

이 일로 기우와 가족은 헤어지게 되고, 영선은 오갈 데 없는 지숙과 아이들을 거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아이들이 눈에 밟혀 그들에게 손을 내민 영선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다. 그는 누군가 쓰다 내놓은 가구를 씻고 윤을 내,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주는 중고 가구점 사장이자 사회적 재난으로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작품은 타의로 사회의 안전망 바깥에 놓이게 된 사람들과 슬픔에 잠식된 채 지내는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존재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는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라미란은 영선 역을 맡아 그동안의 코믹함을 덜어냈다. 차분하고 진지한 모습이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기우네 가족을 살뜰히 보살피는 따뜻함을 보여 준다.

 

김슬기는 지숙 역으로 분해, 기존의 밝고 통통 튀는 연기와 차별화된다. 무기력해 보이지만 이 가족의 ‘정신적 지주’인 지숙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기우 역의 정일우는 꼬질꼬질한 얼굴, 추레한 차림새로 등장인물 중 외적인 변화가 가장 크다. 극단을 오가는 감정을 표현하며 연기의 폭을 확장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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