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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클래식 음악의 진입 장벽을 부수는 특공대, '반월오페라단'

 

‘클래식 음악’이라는 무거운 이름이 있다. 이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렇지 않겠지만 문외한인 기자에게는 무거운 느낌을 주는 이름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고전 음악’이라고 번역하기에는 왠지 가볍게 느껴진다. 

 

‘클래식 음악’이라는 칭호는 발표 당시뿐만 아니라 100년, 200년이 흘러도 그 가치와 생명력이 빛을 잃지 않기에 얻을 수 있는 칭호이다. 여기에 ‘클래식 음악’이 가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클래식 음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끈질긴 생명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외한에게는 그 ‘끈질긴 생명력’이 진입장벽이 되어 나타난다.

 

 

100년 전, 길게는 수백년 전 음악을 이해해보라는, 듣고 감동을 느껴보라는 주문은 어쩌면 문화적 폭력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당시와 지금의 시대적 상황, 소위 콘텍스트(Context)가 변한 상황에 대해서 음악 자체는 우리에게 어떤 설명도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이 갖는 이 진입장벽을 최일선에서 허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포천에 주 무대를 두고 활동하는 ‘반월오페라단’과 김은정 단장(41)이다.

 

 

반월오페라단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난 10월 1일 오전 반월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린 한 편의 공연 때문이다.

 

국내의 내노라하는 성악가들이 10여 명이 되지 않는 어린이와 학부모 앞에서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설명하고 노래하고 연주하였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기자도 분명히 이해했고, 즐거웠고, 감동이 넘쳐났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지난 후 문득 드는 생각은 반월아트홀 소극장(300석 규모)의 빈자리들이 너무 허전하고 아프다는 아쉬움이었다. 이 공연의 정식 명칭은 ‘202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감상교육 토요명작 오페라 교실’이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원래 6주 동안 토요일마다 학교 교실에서 영상으로 어린이들에게 오페라 및 클래식 음악에 관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김은정 단장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를 꼭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반월아트홀 소극장을 대여하고, 원래 반월오페라단 멤버인 바리톤 오유석, 소프라노 김채선 외에 친한 친구들인 소프라노 하성림, 테너 윤승환, 베이스 이세영, 엘렉톤 연주자 김미나 씨를 섭외해 이 공연을 만들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공연에 출연한 예술인 7명에 기술스태프 1명 등 총 8명이 공연을 준비했는데, 관객은 어린이 4명과 그 학부모 4명, 그리고 기자 2명 총 10명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기자를 더 어이없게 만든 일은 공연이 끝난 후 공연한 음악가들의 행복한 표정이었다. 이 공연에서 사회 겸 교육을 맡으면서 공연까지 했던 바리톤 오유석 씨는 “관객들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어떤 공연보다 열정적으로 호응하고 박수치는 등 반응해 주어서 공연자들이 매우 만족할만한 공연이었다”고 했다.

 

 

반월오페라단 단장 김은정씨는 아버지가 공무원인 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하고 몸을 움직이는 데는 즉각적이라고 자신을 평했다. 

 

 

대진대학교 음악학부 및 동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졸업한 김 단장은 남들 다 가는 유학을 ‘나도 가보자’는 결심이 서자 망설이지 않고 짐을 쌌다고 했다. 입학을 허가해 준 오스트리아 빈 프라이너 콘서바토리움 오페라코치(korepetition) 과정 3년을 수료했는데, 어느날 준비한 자금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 그때도 뒤돌아보지 않고 짐을 싸서 귀국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업을 중도 포기한 후유증이 몇 년간 자신을 괴롭혔다고 한다. 반주와 레슨 등으로 생계를 꾸려갔지만 스스로 패배자가 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포천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열린 공연에 참여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어린 친구들의 적극적인 반응과 열렬한 관심이 제 마음을 움직였다”면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어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교육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오페라단을 만들기로 하고 준비하던 중 지난 2018년 11월 5일 반월아트홀 소극장에서 창단음악회를 개최한 후 본격적으로 ‘반월오페라단’의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반월오페라단의 활약은 눈부시다. 4년 동안 오페라 교육 공연 60여 회, 정식오페라 및 연주 공연 40여 회 등 100여 회가 넘는 공연을 포천과 경기 북부를 넘나들며 이어오고 있다.

 

 

 

 

최근 오케스트라의 음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구입한 ‘엘렉톤’이라는 악기에 관한 에피소드도 들려주었다. ‘엘렉톤’은 1인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악기로 오페라 서곡부터 클래식,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모두 편곡하고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과 지인들에게 수소문하니 국내에 2대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평소 성격대로 당장 달려가서 자신의 SUV차량에 싣고 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여파로 학교 음악실의 스피커, 마이크, 빔 프로젝트 등 공연을 위한 장비들이 고장난 채 방치된 경우가 많아서, 제대로 된 공연을 위해서는 모든 장비들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한다. 여성의 몸으로 50kg이 넘는 엘렉톤과 기타 장비들을 싣고 내리는 것이 힘들지만, 학생 관객들이 보여주는 호응과 관심에 큰 힘이 난다고 한다.

 

 

반월오페라단은 지난해 1월 8일 소흘체육공원 내의 작은 공간을 얻어 ‘반월오페라단’ 간판이 걸린 사무실을 내기도 했다. 사무실 개소식에는 많은 지인들이 다녀갔고 축하해 주어서 행복하고 기뻤다며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물으니 “지금은 포천과 경기 북부 정도에서 클래식 음악의 진입장벽을 깨는 교육 공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영역을 넓혀 경기도, 수도권 전체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전체에서 오페라 공연과 클래식 음악 교육은 반월오페라단이 최고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당차고 야무진 포부를 보여주었다.

 

[ 경기신문 = 문석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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