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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산책] 검찰정치

 

홈쇼핑으로 충동구매한 후 물건 받아보고 반품한 경험들 있을 것이다. 대통령도 반품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반품이 가능하면 진보든 보수든 각 당들이 결사적으로 후보를 엄선할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검찰 정치다.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의 내용이다.소득주도성장을 폐기했다. 탈원전정책을 폐기했다. 한미동맹을 재건했다. 지난 정부의 일은 다 없애고 정상화시켰다는 내용뿐이다. 중요한 건 100일간의 국정경험을 통하여 앞으로 5년간의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는 국정 청사진이 없다는 점이다. 

 

검사는 직업 특성상 과거 단죄에 익숙하다. 평생 범죄수사와 법적용을 고민하다가 국가미래를 설계하는 게 쉽지 않다. 검사와 정치인은 지향점이 과거와 미래로 다르다. 또 법치가 능사는 아니다. 법 집행자로서 법치를 지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검사하면 된다. 검사 출신 홍준표 시장은 “11년간 검사하다가 정치권에 들어왔는데 그 곤조 빼는데 8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범죄수사만을 하던 검사가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게 참 어렵다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말곤 해본 적이 없는 초보 정치인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내용처럼(2022.8.16) 어쩌다 대통령 된 사람이다.

 

현 정부의 인사는 가히 놀랍다. 추천, 자료조사, 검증 모두 검찰 출신이 한다. 검찰 인사편중 지적에 대해 윤 대통령은 6/7일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 했다. 검사만 해서 인력풀이 좁고 같이 일해본 사람이 검사뿐이라 유능한 사람도 검사일 거다. 6/8일 “과거엔 민변 출신이 도배하지 않았나?”라 말했다. 철수가 숙제 안 했다고 선생님이 야단치자 영희도 지난주 숙제 안 했어요 하는 것과 같다. 검찰은 법적용과 죄의 유무만을 따지지만 정치는 사회와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의 미래비전을 제공해야 한다. 동남아 순방 시 MBC기자 탑승거부는 치졸함의 극치다. 검사 때는 누구도 뭐라 안 했는데 대통령인 자신을 공격하고 비판하니 도저히 참지 못한 것이다. 우스개 같은 표현으로 검사 때는 개떡같이 말해도 조직이 찰떡처럼 알아듣지만 이제 대통령의 말은 언론을 통해 전 국민이 듣는다. 찰떡으로 알아듣지 않는다. 지난 선거 때 반은 비지지층이다. 그들에겐 그냥 개떡일 뿐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는 자리다. 국민은 내 부하가 아니고 비지지자여도 그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빨리 대통령이라는 직분에 적응해야 한다. 정치는 내편이 아닌 남의 편과의 대화와 타협이다. 법률에 의해 범죄의 유무를 가르는 작업이 아니다.

 

정치언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얼마 전 종북주사파와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면서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 했다. 협치의 대상이 민주당인데 졸지에 종북주사파 될 뻔했다. 그들을 뽑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기자는 “네 죄는 네가 알렸다 같은 원님재판 어법”이라 지적했다. 취임 후 교육부 업무보고 시 5세 취학을 강구하라 지시해놓고 문제가 커지자 박순애 장관을 사임시켰다. 권성동 원내대표 휴대폰에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가 카메라에 잡히자 문자 보낸 사람이 아니라 문자 받은 사람이 사과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반 학생끼리 싸움하고 맞은 친구가 선생님에게 맞아서 죄송합니다라고 한 것과 진배없다. 화법과 언어의 미숙은 정치인으로서 훈련 미비에 따른 결과로 후보 시절부터 예상되어온 문제다. 홍준표 시장의 말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문 전 대통령에 실망하는데 3년이 걸렸다. 윤 대통령에게는 100일이 채 안 걸렸다.

 

신선해 보인다고 풋과일 골랐더니 맛이 덜 들어 시기만 하다. 한입 베물어 반품도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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