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30 (수)

  • 구름많음동두천 8.4℃
기상청 제공

[오세훈의 온고지신] 김덕령

 

비운의 의병장이었다. 1567년 태어나서 1596년에 옥사했다. 스물아홉. 빛고을 광주 충장로는 충장공 김덕령의 거리다. 이 특별한 젊은이의 죽음은 400년이 훌쩍 넘은 오늘에도 너무나 아깝다. 화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 그 더러운 정치에 들쥐 잡는 들불을 놓고 싶다. 

 

전주이씨들 보다 자부심이 강한 광산김씨다. 율곡과 함께 서인의 원류 유학자 성혼(成渾)의 제자로서 또래들에게 뒤지지 않는 학식을 갖췄다. 열너댓 살 소년이 이미 전국 제일의 씨름꾼으로 이름을 얻었다. 궁술과 기마 등 무사로서의 역량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문무를 겸비한 국보였다. 

 

어린 나이에 벌써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괴력의 소유자였다. 자당께서 호랑이를 품에 안는 태몽으로 얻은 아들이었다. 태생적으로 특별한 운명이었다. 

 

중국에 이른바 '4대 기서'(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가 있다. 내게는 수호지가 1번이다. 나는 '위대한 왕초' 송강(宋江)의 혈맹 공동체인 충의 두령 108명을 모두 좋아한다. 존경한다. 내가 그 시대 山東의 청년이었다면, 해방구 '양산박'(梁山泊)에 들어가서 무송, 노지심, 임충, 흑선풍 등과 우애하며 살았을 거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 氣蓋世: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 덕령은 항우의 후예들 가운데,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던 무송(武松)의 조선판이다.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왜군 20만 명이 쳐들어왔다. 모친상으로 3년을 시묘(侍墓)하던 덕령을 임진왜란이 불러냈다. 그는 난세의 한가운데로 돌진한다. 1593년 담양에서 5천 명으로 거병했다. 스물여섯 살이었다. 덕령은 전국적인 명성에 걸맞게 특히 경상도 서부 지역에서 곽재우와 협력하여 혁혁한 전과를 올린다. 이후 조정의 명령으로 이순신과 수륙연합전투를 전개하여 역시 왜적을 대파한다. 

 

덕령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발휘될 무렵, 일본과 명나라가 평화협상을 진행하면서 전쟁은 소강상태로 들어간다.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왜적을 섬멸하고, 활인 구세(活人救世)를 이루려고 의병을 일으킨 영웅에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이때 '이몽학의 난'(1596년)이 발발했다. 왕족의 서자 출신 몽학은 국난상황을 악용, 본인이 왕이 되려는 야망을 품고 거침없이 진군, 관군과 의병 연합군을 연파했다. 세력은 천명에서 수천 명으로 급증했다. 조정을 거부하는 민심 탓이었다. 왕은 덕령을 진압책임자로 명했다. 반란은 이몽학이 부하에게 참수됨으로써 끝이 났다. 

 

문제는 주동자들이 김덕령, 곽재우 등이 이몽학과 협력한다는 루머를 퍼뜨린 것이었다. 그 '가짜뉴스'는 선조가 덕령을 죽이는 유용한 재료로 쓰였다. 최악의 정치다. 덕령은 보름간 정강이가 동강 나고 피부가 다 벗겨지는 지옥고문 끝에 요절한다. 이어서 이순신도 같은 고문을 당했다. 임금이 한 짓이다. 구국의 영웅들을 미워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희극으로, 또 한 번은 비극으로..."

 


네티즌 의견 11

스팸방지
0/300자
  • goodbridge
    • 2022-12-24 11:52:32
    • 삭제

    충장로가 충자공 김덕령의 거리라서 충장로는 충장로대로, 빛고을 광주는 광주대로 그 이름에
    무게와 가치가 그득 내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 알토혼
    • 2022-12-23 23:15:02
    • 삭제

    지금도
    진정한 정치는 실종되고
    가짜뉴스만 퍼뜨리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후인무치한 장뚜룸들이
    창궐하고 있나이다 ㅠㅠ

  • 징기스 안
    • 2022-12-23 10:55:29
    • 삭제

    선조는 써글이에 비하면 양반이지요, 능력도 안되는 者가 누구의 치마폭인지, 팬티속인지도 모른 채, 협곡속에 갇혀 정신을 못 차리고 헤메는 사이 동방의 해뜨는 나라가 창X촌으로 화해, 사라질 누란의 위기에 처했으니, 마음은 만경창파속 돛단배를 탄 듯, 위태위태합니다.

  • 우보
    • 2022-12-22 16:44:58
    • 삭제

    선조같은 인간이 현세에 다시 나오면 안됩니다^^

  • 평화
    • 2022-12-22 13:41:47
    • 삭제

    ㅠㅠ_()_

  • 공풍
    • 2022-12-22 13:19:44
    • 삭제

    작금의 현실과 무엇이 다를까~~~ ㅠㅠ. 악이 선인 양 무참하게 횡행하는. 역사는 흐른다.

  • 오길비
    • 2022-12-22 12:15:40
    • 삭제

    선조는 조선시대 최악의 인물인가 봅니다

  • 비비아이
    • 2022-12-22 11:54:30
    • 삭제

    속이 몹시 쓰려옵니다.

  • 귀로
    • 2022-12-22 11:16:33
    • 삭제

    역사는 반복된다는 친숙한 문구가 오히려 안타까운 심정으로 다가옵니다. 장군이 태어난 충효동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왕버들 군이 있는데 김덕령나무라고 불리며 매년 10월 기원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 선샤인
    • 2022-12-22 10:52:33
    • 삭제

    역발산기개세. 가슴이 다시 뜁니다. 무언가 가치있는 일에 도전!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