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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평범한 삶 높은 이상

 

대지마을 과수원에는 닭이 외출을 나와 외식을 즐기고 있다. 겨울 동안 갇혀 있다 나와서 그런지 닭들의 기분 좋은 모습을 보게 된다. 발톱으로 흙을 비집어 차내고 날개를 폈다 오므리기도 한다. 수탉은 암탉을 쫓아 따라가고 많은 닭이 새 풀을 쪼며 식도락에 취해 있다. 과수원의 해묵은 나무들은 겨울 모습 그대로 검은 빛이다. 나무들은 올해에는 얼마만큼의 열매를 맺을 것이며, 위하여 꽃을 피울 것을 계산하고 있는 것 같다. 이어서 큰 나무 곁에 세대교체를 위해 심어 놓은 어린나무에는 되도록 그늘 지지 않도록 하여 빠른 성장을 돕겠다는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다. 나는 오늘 아침, 이 과수원 길에서 새봄을 발견하고 있다.

 

새봄에 생각나는 유머가 있다.

생전의 한승헌 변호사가 두 번째 평양 방문 때의 일이다. 숙소인 양강도 호텔 안 책방에서 『세계의 유모아』라는 책을 샀다고 한다. 그 안에 있는 유머 중 하나이다.

 

아버지 : 네가 좋아하는 과목은 무어냐?

딸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에요.

아버지 : 정말이냐? 그렇다면 이 아버지도 기쁘다.

딸 : 예, 우리 수학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늘 외출을 하거든요. …

 

누가 뭐라 하든 3월은 졸업과 입학의 시즌이다. 대한민국에 살며 아이들 공부와 학비 걱정 없는 부모 드물 것이다. 검 ‧ 판사, 정치꾼, 비도덕적인 경제인을 제외한 선민(善民)들은. 내 인생살이는 부모 모시고 살면서 아이들 셋 교육시키고 40대 후반에 아파트 한 채 구하고 나니, 부모님 가신 뒤 아내도 놓치고 말았다. 나는 낯 갈이가 심하고 심약했다. 형제 없이 홀로 지내면서 생활의 질보다 삶의 질을 생각했다. 공부하는 습관 속에 자급자족하면서 최소한의 비용을 벌고, 나머지 시간은 소신을 지키며 나 자신의 주인답게 살고자 했다. 딱 하나 후회가 있다면 아이들 행복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나는 3월이 오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한 달 동안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공부! 공부! 금메달, 은메달, 서울대, 무슨 의대, 사법고시 합격- 등으로 아이들과 세상 사람 기죽이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평소 ‘평범한 삶, 높은 이상’을 생각해 왔다. 여기에 행복이 있다고 믿었다. 유관순 열사, 김구, 안창호, 월남 파병을 위한 교육의 현장에서 순직한 강재구 소령, 이분들도 ‘평범한 삶(plain living)’을 살고자 했을 것이다. 다만 그 당시의 나라 꼴이 꼴이 아니었기에 우리 같은 후손을 생각하여 ‘높은 이상(high thinking)’을 실천하며 목숨을 내놓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일하는 습관, 건강관리 하는 습관, 공부하는 습관이 잘 지켜졌으면 싶다. 공공의 무대에서 물러나 덕스러운 휴식의 계절을 산다는 것. 이것은 현세와 내세 사이의 틈을 살면서 내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이상을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88올림픽 때는 이어령 선생의 발상에 의해 그 어마어마한 스타디움에서 어린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평화스럽고 행복하게 달려갔다. 그 순간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천지에 가득했다.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 감성과 지성을 아우르는 예술적 덕성을 지닌 분이 참으로 그립다. 대한민국의 행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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