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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악회, 53년 된 남양주 ‘수락산장’ 살린다.

4월 인수 후 폐건자재 등 정리작업 구슬땀
회원 모금으로 새롭게 단장 후 10월쯤 재개장 예정

 

 

한국산악회(이하 산악회)가 수락산의 수락산장을 인수한 후 리모델링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한창이다.

 

5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수락산장(이하 산장)을 산악회가 지난 4월 인수했다.

산악회 회원들은 산장을 수락산을 찾는 모든 등산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유사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산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휴일이면 저마다 산장을 찾아 재능기부와 노력봉사를 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0일 변기태 한국산악회 회장을 만나, 산악회가 산장을 인수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보고, 수락산에 얽힌 이야기도 옮겨봤다.

 

☞ 수락산장을 향해

 

오래전에 수락산 정상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산장에 잠시 들려본 것이 마지막이어서 지금의 산장 모습도 보고 변 회장으로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수년만에 어설픈 복장을 갖추고 집을 나섰다.

 

변 회장과는 이날 8시 조금 지나 수락산 입구에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마당바위와 내원암을 지나 수락산 정상 턱밑 620m에 있는 산장으로 향했다.

 

평소 나름 체력 관리를 위한 운동은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등산을 위한 산행은 참으로 오랫만이어서 조금 오르막길에 접어들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틈틈이 변 회장에게 두서없는 질문을 하면서 등산 기본스텝에 대한 교육도 받으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수락산장이 보였다.

 

 

 

 

산장 아래에는 곳곳에 폐건자재와 쓰레기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계단을 통해 산장에 올라 주위를 돌아봤다. 역시 산장 주변에도 갖가지 폐기물들이 쌓여있거나 흩어져 있었고 인근 간이 화장실은 잠겨져 있었다.

 

산장 바로앞에 있는 가설 쉼터에서 변 회장과 이화중 부회장을 비롯해 곽호청 전 회원관리위원회 이사와 자문위원 그리고 곽유진 전 수락산장지기 등 많은 산악회 회원들을 만났다.

 

 

회원들은 산장에 도착하는데로 저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폐건자재 등을 모으고 정리하기 바빴다. 마침 이날 창립산행을 수락산으로 한 남양주 무한산악회 회원들은 한국산악회가 산장을 인수해 정리하고 있는 뜻을 전해 들은 후 30여 명의 회원들이 저마다 모아 놓은 폐건자재 등을 포대에 담아 산아래까지 운반해 주기도 해 이를 본 등산인들이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 수락산은

 

수락산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과 의정부시, 서울시 노원구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637m이고 서쪽은 북한산(837m),도봉산(739.5m),남쪽에는 불암산(508m)이 있다.

 

바위가 많은 산으로 1977년 7월 9일에 공원으로 지정되었고 둘레의 전체 면적은 669만2795㎥이다. 세폭포가 있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주말이면 도심에서 몰려온 등산인들로 항상 붐비는 산이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과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산으로 불린다.

 

수락산장 아래 있는 내원암에는 2004년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야외 의식에 거는 불화인 괘불도가 있고, 내원암 법당 뒤에는 고려시대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2m의 석조미륵입상도 있다.

 

☞ 수락산장 역사

 

수락산장은 지난 1970년 11월 15일 준공된 53년이된 돌집 산장이다.

 

 

당시 김영도 공화당 산악회 고문의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여 전국 명산에 35동의 산장을 지었다.  돌집으로 A형 B형 C형으로 지어졌으며 A형은 30평으로 전화와 관리인을 두었고, B형은 17평으로 악천후를 피하는 무인산장으로, C형은 B형보다 작은 무인산장으로 지어졌다.

 

수락산장은 B형 돌집으로 등산객들이 악천후를 피하는 대피소 역할을 하는 무인산장이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무장간첩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공격하기 위해 넘어오자, 이후 수락산 정상 부근에 초소를 건설하고, 돌집인 산장은 이곳 병사들에게 취사를 겸한 임시 거쳐 내무반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쓰레기더미로 폐허가 된 이곳을 산을 좋아하는 한민희, 곽유진 부부가 1993년부터 2년여간 쓰레기를 치우고 1995년 3월 1일 새단장을 했다.

 

이들 부부는 관할인 남양주시로 부터 2000년에 영업허가를 받아 등산객들의 문화공간으로 이용을 해 왔다. 지난 2009년에는 남양주시의 제안에 따라 산장을 구입 했다. 부부는 라면과 막걸리, 파전 등을 팔아 산장을 유지해 왔고 등산객들의 쉼터가 됐다.

 

필요에 의해 기존 산장옆에 가건물을 덧붙여 짖기도 했고 소송에도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던 중 2012년 12월 남편 한만희씨가 사망하면서 부인 곽유진씨가 연령 탓에 힘에 부쳐 홀로 관리하고 운영하기 힘들어 끝내 손을 놓고 5년여간 방치돼 있었다.

 

 

그러면서, 등산인들의 사랑을 받던 수락산장은 흉물스럽게 변했고 주변은 오물로 악취가 진동하는 등 등산인들의 눈총을 받는 민원대상이 됐다.

 

☞ 한국산악회가 산장을 인수한 계기 … 회원 모금으로 인수

 

15여년 전부터 곽유진 전 산장지기를 알고 있는 변기태 한국산악회 회장이 우연한 기회에 곽유진 씨로부터 5여년째 산장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사연을 들은 변 회장은 “수락산장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1970년대 전국명산에 건립된 35개의 산장이 지금은 수도권에서는 수락산의 수락산장과 도봉산의 도봉산장 그리고 대구 팔봉산의 팔봉대피소, 부산 금정산의 금정대피소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35개소가 4개소만 남은 것이다.

 

변 회장은 수락산장은 53년이란 역사와 함께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한국산악 역사에 문화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회원들과 상의 후 한국산악회에서 인수하기로 하고 소유주와 몇 차례 조율 끝에 인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3월 산장 매입을 결정하고 가진 한국산악회 내부 이사회에서 회원들 스스로 산장 보호라는 큰 뜻에 함께 한다는 차원에서 회원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5000만 원을 목표로 2주동안 회원 모금을 시작했는데 목표액을 1000만 원이나 초과하게 됐다.

 

변 회장은 “산장을 수리하고 리모델링을 하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모금 활동의 목적은 돈이 아니었다. 취지에 동참한 회원들의 마음이 중요했고 고마웠다. 적게는 2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200만 원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변 회장은 또 “회원분들이 산장을 지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수도권에 남아 있는 민간 산장은 도봉산장과 수락산장뿐인데, 도봉산장은 국립공원공단이 퇴거하라고 하는 실정이고, 수락산장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생긴 것이다. 산장은 문화적 가치, 대피소로의 가치도 있지만, 미래의 산악문화를 지키는 역할도 한다”고 보존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4월7일자로 한국산악회 앞으로 매매등기를 마친 이틀 후부터 회원들은 기존 55.1㎥ 돌집 주변에 매달고 덧붙여진 불법가건축물을 철거하고 곳곳에 널려있는 쓰레기 등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재개장 예정 시기 및 운영 계획 …10월쯤 재개방 · 새로운 명소 만들겠다

 

변 회장은 주변까지 말끔히 정리하고 돌집 내부 침상 복구와 리모델링 그리고 남양주시의 협조를 받아 화장실도 새로 설치했다. 그는 등산인들이 편히 쉬면서 커피도 한잔하고 담소도 나누는 수락산의 새로운 명소로 다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데크도 조성한 후 오는 10월쯤 재개방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회원들이 관리함으로써 항상 청결하고 쾌적한 환경이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변기태 회장은

 

1남5녀 외아들로 태어난 변 회장은 부모의 기대에 대한 부담에서 탈출을 하고 싶은 어린마음에 초등학생때부터 틈만나면 산을 찾다가 우연한 기회에 암벽등반을 배우게 됐고, 중학생이 된 후에는 본격 암벽등반을 할 정도로 일찍 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58년 개띠인 변 회장은 당시 국민학교 4학년 때 중학교 입학시험이 폐지됐고, 중3 때는 고등학교 입시도 연합고사로 바뀌었다. 부담없이 고등학교에 진학해 산악부에 들어 간 후, 한국산악회 고교산악연맹에 가입해 일찍 산악회 준회원이 되고 안전요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는 물론, 수많은 해외원정 등반과 산악회 학술위원, 서울시 산악연맹 이사 등으로 활동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흔치 않은 산악인이다.

 

 

지금은 6000여 회원을 두고 있는 한국산악회 32대 회장으로서 회원들로부터 신임받는 한국산악회 추대 1호 회장이 되어 2대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뿐만아니라, 변 회장은 산악계의 발전과 자양분을 위해 돈이 안되는 국내 유일한 산서(山書)를 전문적으로 펴 내는 ‘하루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재북클럽’ 회원제를 통해 산과 관련된 서적을 번역, 출간한 산서를 보급하고 있는 변 회장은 돈 안되는 책을 출간하면서 하드카바로 제본하는 등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 .

 

변 회장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어서 기왕이면 100년후에라도 찾는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공사와 금융기관 근무 후 사업에 뛰어들어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추고 있지만, 산악계의 발전을 위한 지출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돈벌이가 아닌 산서 읽기 붐과 한국산악회의 발전 기여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산서 출간을 고집하는 변 회장의 깊은 뜻은 신망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 경기신문 = 이화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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