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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냉장고 영아 시신’... 이 참담한 일이 어찌 일어났나

저출산 문제 걱정하면서 태어난 아이들도 돌보지 못하다니

  • 등록 2023.06.26 06:00:00
  • 13면

섬뜩하다. 참담하다.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동시에 일어난다. 출산한 다음 날 아기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해 집안 냉장고에 보관해 온 30대 친모의 이야기다. 그것도 두 명이나 살해했다.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한 뒤 바로 곧바로 살해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세대 안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했다. 아이를 살해한 동기는 ‘경제적 빈곤’이었다. 피의자에겐 12살 딸과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가 있다고 한다.

 

이른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드러난 것은 감사원과 수원시, 경찰의 연계가 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를 진행했는데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의 허점을 조사했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사례가 있는지 살폈다. 이 기간 중에 출산 신고된 전체 영유아는 261만3000여 명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신고 영유아가 2236명이나 됐다.

 

이에 감사원은 미신고 사례 중 약 1%인 23명을 추려 수원시 등에 이들이 무사여부를 확인하라고 통보했다. 수원시가 피의자 부부를 만나 1차 조사했을 때, 이들은 두 영아의 출생 자체를 부인했다. 이에 수원시는 곧바로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들은 경찰에게도 출생 사실을 부인했고, 자신의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 같다는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압수수색을 통해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를 발견했다. 피의자는 범행일제를 자백했다.

 

화성시에서도 최근 영아 유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21년 고등학생 신분이던 여성이 여아를 낳고 유기한 것인데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아기를 데려간다는 사람이 있어 넘겼다”고 진술했다. 그녀의 말대로 아기를 입양한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기를 데려간 사람이 없다면 유기나 살해 가능성이 있다.

 

지난 8년간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유아 가운데 고작 1%인 23명에 대한 표본 조사에서도 이런 사건이 확인됐다. 나머지 1900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1%의 표본 조사에서도 심각한 사건이 드러났으므로 전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출생 미등록 영유아 사망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의무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 통보제를 약속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나홀로 출산 등록 누락 방지법’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이 법안은 청소년 미혼모 또는 병원 외 출산 사례 등을 고려해 현행법상 복잡한 출생등록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출생 기록을 각 지자체에 전달해 출생 신고 누락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병원 내의 출산한 영아들의 출생 신고 사각지대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출산율 저하는 국가 소멸을 걱정할 지경이다. 저출산 문제를 걱정하면서 태어난 아이들도 돌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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