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부터 제주도에는 ‘용의 아이’라는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온 몸이 비늘로 덥힌 용의 아이는 해적들로부터 도민들을 지켰고, 나라에 위기가 생겼을 때 온 주민을 대피시켜 주민들을 구해냈다. 용의 자궁에서 태어났다는 ‘용의 아이’는 제주도의 영웅이 된다.
이야기의 기원은 어디일까? 질문에 대답하는 공연 4편이 열린다. 문학 이전에 태초부터 존재했던 신화, 우화, 동화, 전통민담과 설화 등 이야기를 다룬 공연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용의 아이’로 제주도에서 내려오는 신화다.
용의 아이는 고려시대 삼별초에서 활동한 김천지의 아이로 태어난다. 고려군은 몽고를 몰아낸 삼별초에 정규군으로 편성할 것을 약속하지만, 고려 수장 김방경의 반대로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다. 백정과 노비, 천민으로 구성된 삼별초는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나라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김방경은 권력을 위해 삼별초를 없애려고 한다.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해 김천지의 아이 김통정을 죽이려 한다. 김방경의 딸마저 삼별초 일원으로 활동하는 등 나라는 혼란스럽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고려 수장은 딸을 포함한 삼별초 모두를 죽이려 한다.
용의 아이 김통정은 왜 천민들은 죄 없이 죽어야 하며 전쟁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자들까지 죽어야 하냐며 고통스러워한다. 연고죄로 가족이 몰살당하고 아끼는 모든 것을 빼앗긴 김통정은 상처받는다. 인간의 마음을 잃어버린 만큼 강해지는 김통정은 삼별초를 지키고 고려 수장을 죽인다.
연극은 김통정의 어머니가 몽고군을 피해 숨어든 동굴이 용이 자궁이고 삼별초 장수 배중손과 고려군의 수장 김방경이 사자에게 눈과 팔을 바치고 진실을 알게 되는 등 신화적 요소가 가득하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서 죄 없는 인간을 지키고 나라를 지킨다는 설정이 김통정의 영웅적 면모를 드러낸다. 제주도에 내려오는 신화는 ‘용의 아이’인 김통정이 제주도민을 지키고 외적과 나라의 횡포에 맞서 악을 물리치는 내용으로 전해져온다.
결국 모든 백성이 차별 없이 ‘공생’해야 한다는 극의 주제는 전쟁을 반대하고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희생되는 이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2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극을 만든 한민규 연출은 “고려시대에 흥미를 느껴 공부를 많이 했다”며 “고전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고 김통정의 이야기를 전 인류에 확장시켜 ‘공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날 기자 간담회에는 ‘용의 아이’를 연기한 극단 혈우 외에도 극단 뭉쳐의 ‘붉은 파랑새’, 창작집단 우주도깨비와 보통현상의 ‘이숲우화’, 플레이팩토리 우주공장의 ‘팜 파탈; 가려져버린’ 소개가 있었다. ‘붉은 파랑새’의 안제홍 연출과 ‘팜 파탈; 가려져버린’의 이슬기 연출이 참여했다.
안재홍 감독의 ‘붉은 파랑새’는 ‘파랑새’를 재창작한 내용으로, 어린시절 행복과 꿈을 전하며 현실 속에서 방황하게 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로 26일부터 8월 6일까지 공연되고 ‘이솝우화-짐승의 세계’는 8월 9일부터 8월 20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또 ‘팜 파탈; 가려져버린’은 이집트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여신들의 이야기를 재창작한 연극으로 8월 23일부터 9월 3일까지 공연된다.
임수현 예술 감독은 “20여 팀이 참여했지만, ‘왜 고전인가’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4팀을 선정했다”며 “고전의 가치를 공유하고 흥미롭고 관심가질 문학 이전의 이야기에 주목했다”고 선정 기준을 밝혔다.
2013년 1월부터 시작한 ‘산울림 고전극장’은 매년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연출가, 신진 단체들과 협업해 수준 높은 고전 작품들을 다양한 언어로 좀 더 쉽고, 좀 더 감성적으로 연출한 기획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총 50편의 작품이 공연됐다.
임수진 산울림 소극장 대표는 “계획한 100편의 공연 중 벌써 50편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며 “산울림 소극장의 공연을 통해 고전의 가치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