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저(海底)는 보물 천국이다. 배가 운항하다가 바다 속 갯벌에 침몰하면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이다. 서해 바다는 약 3000여 개의 크고 작은 배가 침몰, 갯벌 속에 보존돼 있을 것으로 해저탐사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이 발발하자 청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 중국은 그해 7월 25일 ‘제원’, ‘광을’ 함대를 파견 하고 중국 여순으로 귀향하던 중 풍도 앞바다에서 일본군이 먼저 청국 함대를 공격했다.
청국 군함도 반격을 하였는데 이를 ‘풍도해전’이라 부른다. 이 해전에서 청국 ‘광을’ 함대는 침몰됐고, ‘제원’은 부서져서 여순항으로 돌아갔다. ‘고승호’는 포를 맞고 도망가다가 덕적면 울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았다.
고승호에 대한 기록은 매일신보(1925년 8월 10일자)에 처음 보도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지금부터 30년 전 인천 근해 울도 근처 바다에서 일본군에 격침된 청국군용선 고승호를 지난 6일 부터 잠수부 10명과 인부 30명을 현장에 파견해 인양작업에 착수했다. 선체를 잡아맬 지점을 표시 할 부표작업은 8일 새벽 일곱 시 기관부 후문에 있는 주방에 한 줄을 무사히 잡아매어 선체가 있는 지점은 누구든지 알게 되었다’고 적혀있다.
동아일보(1935년 2월 24일자)도 ‘3천만 원의 시가의 은괴가 바다 속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며 작업이 착착 진행 중이며, 고승호는 영국소유 상선으로 청국 임대권으로 보증금 4만 파운드를 걸고 사용한다. 로이드북이라는 역사자료에 의하면 이 병선은 멕시코 은과 마제은 합하여 5톤(현 시가로 환산하면 3천만 원), 병정과 무기를 실고 7월 21일 중국을 떠나 25일 인천항으로부터 서남 40마일의 지점에 있는 울도 남방 동경 126도 북위 37도의 지점에 침몰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울도 보물선에 대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1년이다. 당시 A기업이 덕적면 울도 근방에서 침몰된 ‘청나라 고승호’에 대한 매장물 발굴 신청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조건부로 승인을 한 것이다.
고승호가 침몰된 장소는 덕적면 울도 서남방 1.8km지점(위도 N 37°00′, 경도 E126°59′)이며, 수심은 깊은 편이었다.
발굴 작업은 1차로 2001년 3월 1일부터 6월 30까지, 2차는 6월 17일부터 7월 18까지, 3차는 2002년 10월 1일부터 10월 31까지 총 3차례 시도했다.
당시 고승호를 인양 할 때 발굴팀장을 맡았던 편도영씨를 몇 년 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고승호 발굴 작업 당시 잠수부가 들어가 보니 주변이 무덤식으로 되어 있었고 제일 높은 지점에서 3-5m 정도 파다보니 고승호가 나왔지. 수심은 약 22-30m로 깊은 편이었어. 모래가 1.3m로 쌓여있고 6.7m 뻘 밑에 고승호가 있더라고. 발굴작업은 우선 배의 침몰위치를 파악한 후 부표를 표시하지. 그리고 설계도면을 보고 사전 조사가 끝나면 다이버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줄을 설치하고 발굴 방법에 대해 다이버들과 논의하지. 당시 후드펌프(Hood Pump)를 임대해 모래와 진흙을 하루에 약 1만 루베(가로, 세로, 높이를 곱한 체적) 정도 뽑아냈던 것으로 기억해. 모래와 진흙은 바다로 흘러 보내면 부피가 큰 것들이 걸리는데, 캐러멜 크기 한 냥(37.5g)정도의 납 찌꺼기가 나오더라고. 나중에 잘 세척해서 보니 은괴였어. 유골도 10구 정도가 나왔지. 총기류도 많이 발굴됐지. 2차 작업 할 때 맥주 및 포도주병도 나왔지. 3차 발굴 때에는 조류가 너무 세서 1주일 정도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어. 고승호는 군함이 아니고 해상보험이 가입되어 있는 상선이지. 군함은 보험을 가입 할 수 없어. 하지만 고승호는 독일제 구리(동)로 만든 대포 14문이 장착돼 있었어. 당시 배에는 중대장, 장군, 한성전기, 독일인 등이 타고 있었고 생존자 중에서 태안까지 헤엄쳐서 나온 이들도 있다고 하였지.”(편도영)
울도 주민 김상식 어르신은 “보물선을 찾는 사람들은 여기 울도에 숙소를 정하고 일을 하지. 보물선에서 금은 보화가 많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지. 그 이후로 몇 번 외지에서 온 잠수부들이 보물선을 찾겠다고 방문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2015년 5월 27일 ~ 7월 19일 인천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고승호, 끝나지 않은 항해> 라는 기획 특별전을 전시하기도 했다.
수중에 매장된 보물선은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 16조에 의하여 해저에서 인양한 물건의 원소유자가 없을 경우 그 인양물의 80%의 소유권을 인양자에게 인정해주고 있다.
그러나 원소유자가 있을 경우에는 그 소유권한이 원소유자에게 있으며, 그 인양물이 문화재 경우에는 ‘문화재보호법’에 적용을 받게 된다.
최근 영흥도에서 통일신라시대 선박이 발견되었는데, 지금까지 발굴된 고선박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됐고, 대이작도에서는 도자기 등 유물이 발견됐다.
오스트레일리아, 덴마크, 포르투칼, 영국 등 외국 사례처럼 ‘해저 발견물에 관한 특별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