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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에 대한 인간의 본질…손숙 연극인생 60년 ‘토카타’

접촉하다, 손대다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에서 유래
1963년 연극 시작한 손숙…연기 인생 60년 기념연극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한 서로의 살갗을 / 부비고 핥고 문지르면서 / 그 살갗 너머에 도사린 불안과 혼란을, 공허를 / 지워버리려는 듯이 / 지치지도 않고 더듬거리고 쓰다듬고 어루만지면서”

 

중진 원로배우 손숙의 연극 인생 60년을 축하하는 공연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연극 ‘토카타’는 접촉하다, 손대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toccare, 영어 touch)에서 유래한 것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시대 인간의 접촉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녀린 어깨를 한 ‘여자’는 자신이 키우던 개를 떠나보내고 상실감과 씁쓸함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릴 적 발 밑에 누워 식사를 기다리던 모습부터 청소년기 집안 물건들을 깨물어 흔적을 남긴 일까지 개와 있었던 추억을 가만히 읊조린다.

 

‘남자’는 코로나19에 걸려 병상에 누워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의 흔적을 되뇐다. 찰랑이는 머릿결과 부드러운 살갗, 그를 어루만지던 손길은 남자의 입을 통해 되살아난다. 꿈속에 있는 듯한 독백은 가닿지 못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여자와 남자의 독백은 각각 관객을 향해 있지만 대화하는 형식을 띄며 장면을 교차한다. 세밀한 묘사와 몽환적인 연기, 신체의 움직임은 관객에게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코로나19 이전의 인간의 ‘접촉’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연극은 당연시 여겼던 ‘접촉’이 금지되고 인간이 고립되자 코로나19 이전의 인간의 교감과 사랑이 어땠는지 나지막이 일깨운다. 키우던 개가 죽고 난 후 느끼던 공허함, 사랑하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비대면으로 인해 유발되는 단절감, 외로움은 두 사람의 대화 중간에 ‘춤추는 사람’의 등장으로 극대화된다. 두 사람의 대화 같은 대사 이후 ‘춤추는 사람’은 흰 옷을 입고 몸을 웅크리거나 빙글빙글 돌며 쓸쓸한 감정을 전달한다. ‘춤추는 사람’의 연기로 극은 감성에 젖는다.

 

두 배우의 독백과 춤 추는 사람의 몸짓, 그리고 무대 한 켠에서 극의 흐름에 맞춰 피아노를 치는 연주자의 연주는 극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든다. 배우 손숙이 대사를 읊다 피아노 연주에 참여해 감정을 나타내는 모습은 피아노마저 극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1963년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 ‘삼각모자’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연극 인생을 시작한 손숙은 ‘어머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위기의 여자’들을 연기하며 한국 여성 연극의 1인자로 헌신해왔다.

 

배삼식 작가와 손진책 연출은 그의 연기 60년을 기념해 손숙을 위한 창작 연극을 만들었으며, 익숙한 공연을 리바이벌하는 일반적인 기념 공연의 형식을 탈피한 연극으로 장르적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연극으로 주목받았다.

 

손진책 연출은 “존재론적 고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침잠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삶의 찬미로 이어지는 그런 작품이 되기 바란다”며 “관객이 그 과정을 함께 ‘산책’하는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역에 손숙, 남자 역에 김수현, 춤추는 사람 역에 정영두가 출연한다.

 

노배우의 인생을 담은 연기와 코로나 19로 인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보는 손숙 연극인생 60년 기념 연극 ‘토카타’는 오는 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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