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정무위원회 종합감사 증인 추가 채택 명단에서도 빠졌다. 우리은행에서 수백 억 원 대의 횡령사건이 발생하는 등 모럴 해저드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고위 금융관료 출신' 회장을 영입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17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오는 27일 열리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 증인으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 중 유일한 증인 채택이다.
윤 회장은 이번 국감에서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 지나친 예대마진 수익, 지배구조 등과 관련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최근 업무상 알게 된 고객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 원 규모의 주식매매 차익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지난해부터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당초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국감에 불려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들이 모두 빠지면서 '맹탕 국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만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KB금융지주보다 금융사고 규모가 컸던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이 증인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700억 원대 대규모 횡령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에도 영업점 직원이 약 90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며 논란이 됐다.
지난 16일 정무위 국감에서 강민국(국힘·경남진주시을) 국회의원은 "저도 몇 번 증인신청을 했지만, 진짜 불러야 할 것은 KB금융지주 회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서민들이 굉장히 힘든 삶을 살고 있음에도 금융지주 회장들은 내부 기준이 모호해 그 돈으로 호위호식하며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내부 출신 인물이 차기 수장을 맡는 금융권의 최근 추세 속에서 고위 금융관료 출신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한 우리금융이 그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기보다는 상생금융 등과 같이 정부와 금융당국 기조에 발빠르게 맞추는 행보를 보여 왔다. 실제로 임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 중 최하위 성적표를 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부실 문제에 대해 추궁하고 경각심을 유발하려면 사고 규모가 큰 곳을 불러야 하는데, 왜 굳이 퇴임을 앞둔 윤 회장을 불렀는지 모르겠다"며 "임 회장이 고위 금융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