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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된 정보 사회의 사랑…연극 ‘러브 앤 인포메이션’

정보화시대에 경험을 통한 인간의 본질 사랑 찾자는 주제
배우 5명이 90분 동안 70장면, 100명의 등장인물 연기
11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나는 너의 언니가 아니라 엄마야/ 언제부터?/ 16살이었어, 너희 아빠는 그 뒤로 만나지 못했어/ 엄마의 엄마는 아셔?/ 엄마가 아니라 언니인게 좋을 뻔했어

 

등장인물의 짧은 대화로 이루어진 장면 70편이 하나의 연극 돼 무대에 올랐다. 2012년 영국의 극작가 카릴 처칠이 연출했으며, 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 진해정이 새롭게 구성했다.

 

5명의 배우들은 총 100명의 등장인물들을 연기한다. 90분 동안 나열되는 70개의 장면들은 핸드폰의 틱톡과 릴스를 보는 것처럼 흐른다.

 

 

방금 탄생의 비밀을 알게 된 엄마와 딸, 놀이공원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부부, 부서진 컴퓨터 앞에서 인간의 사랑을 논하는 친구는 우리 사회의 단상을 나타낸다. 정보화시대에 방대하게 쏟아지는 정보들과 닮아있다.

 

핸드폰을 쓸어내리는 손가락에 의해 순식간에 흩어지는 피드와 동영상처럼 이야기들은 서로 관계를 갖지 못한다. 다음 이어질 이야기를 상상하는 순간 새로운 정보가 입력된다. 사람들은 이야기들의 관계를 설정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70편의 서사를 갖지 못한 이야기들처럼 인간의 사랑은 사고 할 겨를 없이 표류한다. 더 많이 안다고 행복해질 수 없는 것처럼, 정보 앞에서 불안감과 피로감은 커진다. 파편화된 정보들은 관계의 실종을 불러오고 서로의 존재에서 오는 사랑에 질문을 던진다.

 

진해정 연출은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믿음이 무너진 상태의 인물들의 모습은 다양한 정보와 자극 속에서 방향을 잃고 휩쓸리고 있는 모습과 닮아있다”고 연출 의도를 말했다.

 

 

이인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는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닌 유튜브와 쇼츠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며 “간접적으로 얻은 정보들은 우리가 경험 해 얻는 기억보다 자신감을 가져다주지 못하며 직접 경험한 ‘일화 기억’에 회귀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간접적으로 접하는 정보와 가짜뉴스가 많아질수록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경험에 집착하는 특성은 연극 ‘러브 앤 인포메이션’이 인공지능을 토대로 모든 정보를 입력하는 시대에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자는 경고가 된다”고 평했다.

 

기존의 드라마 형식에서 벗어나 짧은 장면의 전환 형식으로 전개되는 연극은 단발적인 정보화시대를 보여주며 단순한 정보의 습득만으로는 경험에 의존한 인간의 사랑이 회복될 수 없음을 일깨워준다.

 

무대에 오른 5명의 배우들은 권은혜, 권정훈, 성수연, 이주협, 황은후다.

 

인간의 경험에 집중하며 사랑을 되찾자고 말하는 연극 ‘러브 앤 인포메이션’은 11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만날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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