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신고도 못하고 자식뻘 되는 경찰들에게 조롱당하는 내가 너무 초라하고 억울했습니다.”

 

인천에서 고의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올해 1월 A씨는 인천 중구 서해사거리를 진입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른 차선에서 달리던 차량 한 대가 갑자기 A씨의 차량으로 달려와 범퍼 모서리를 친 것이다.

 

사고 충격으로 A씨는 정신을 잃었고, 차량 앞 범퍼는 심하게 파손됐다.

 

그런데 사고 직후 상대 차량 운전자 B씨의 태도에 A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B씨가 ‘왜 양보하지 않았냐’며 오히려 A씨를 몰아세운 것이다.

 

B씨를 포함해 당시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 3명은 보험사를 통해 병원에 입원하겠다는 통보까지 했다.

 

수상한 남성들의 행동에 보험사기를 의심한 A씨는 결국 인천중부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에 신고하면 문제없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담당 경찰들의 면박, 조롱, 신고 거절이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보험사 담당자와 전화 연결 후 사고 과정을 설명해도 경찰들은 A씨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신고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이후 담당 경찰의 연락을 받은 A씨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알고 보니 B씨가 이미 A씨를 신고했던 것이다.

 

결국 A씨는 가해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A씨는 이때 자신이 쓰지도 않은 조서가 이미 완성돼있었다고도 주장했다.

 

A씨의 억울함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뒤 풀 수 있었다. 영상에 A씨 차량을 발견한 B씨 차량이 곧장 차선을 넘어와 달려드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곧바로 재조사를 요청한 A씨는 약 5개월 뒤 남성 3명의 보험사기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재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여러 번 보험사기를 저질렀던 사실도 밝혀졌다.

 

재조사가 끝난 뒤 A씨는 가해자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모든 억울함이 사라지진 않았다.

 

담당 경찰들의 직무유기, 부적절 언행 등의 문제를 청문감사관실에 제기했는데, 부적절 언행만 인정돼 가장 낮은 징계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A씨는 재조사 결과가 나온 5월부터 이달까지 교통사고 후유증과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담당 경찰들에게 사과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건 여전히 무시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 아닌가. 그런데 조사 당시 내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들어주지도 않았다”며 “재조사 이후 경찰들이 사과하면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모른 척 일관하는 모습에 결국 고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기신문은 중부서 담당자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