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드 스포츠 학교가 사실 나치의 군대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라는 것이 알려지는 날, 아벨 루터는 죽은 채 발견된다. 그의 친구 매그너스 볼커는 아벨 루터의 죽음에 분노하며 진실을 찾아 나선다. 나치가 펜싱 경기를 관람하러 온 날, 아벨 루터는 그에 저항한다.

독일어로 ‘저항’이라는 뜻의 뮤지컬 ‘비터슈탄트’가 관객을 만나고 있다. 1938년 독일 엘리트학교 펜싱 선수들의 나치에 대한 저항을 그리고 있다.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시범공연으로 선정됐다. 2022년 초연에 이어 재연이다.

아벨 루터와 매그너스 볼트, 프레드릭 칼, 하겐 악스만, 재스퍼 뮬러는 악명 높은 아이드 스포츠 학교의 입학시험을 통과한다. 엘리트 스포츠 학교인 아이드 학교는 독일에서 최고의 체육 선수를 양성하는 학교다. 펜싱과 더불어 수영, 축구, 배구 등 종목을 망라한다.

하지만 그들이 배우는 교육은 상식과 달랐다. 입학시험부터 눈동자 색깔, 머리 색깔, 두상, 콧대 등으로 구별하며 완벽한 아리아인만을 선발했다. 그들이 배우는 과목은 유전학, 역사 등이었다. 집시와 유대인은 아리아인의 결집을 방해하는 요인이었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오로지 펜싱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모인 그들이지만, 학교의 비상식적인 교육과 억압적인 합숙방식 때문에 학교 시스템에 의문을 갖는다. 사격을 배우고 군사 훈련에 동원되면서 그들은 학교에 의구심을 품는다. 우연히 지하 감옥에서 발견한 비밀문서엔 진실이 적혀 있었다.

강한 군대를 위해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은 아이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입대하게 돼 있었다. 동성애와 부상으로 인한 자격 박탈은 제거 대상이다. 학교의 비밀을 알게 된 학생들은 ‘저항’한다. 권력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조직을 만들고 행동에 나선다.

펜싱을 배우며 자신과 동료들에게 다짐한다. 학교의 비밀을 알게 된 아벨 루터는 프레드릭 칼, 하겐 악스만, 재스퍼 뮬러와 전단지를 만들어 전교생에게 알린다. 이 사실을 안 선생님 라인하르트 클레어는 주동자를 찾고 뒷조사를 한다.

유대인이었던 아벨 루터는 영국 기자에게 학교의 비밀을 알리려다 붙잡히고, 나머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자결한다. 그의 오랜 친구였던 매그너스 볼커는 이에 항거하고 펜싱 경기 당일 우승하며 선생님을 죽인다.

6명의 배우가 펜싱복을 입고 칼로 대결하는 장면은 실제 펜싱장을 방불케하며 절도 있고 우아한 펜싱의 매력을 알게 한다. 예의를 강조하는 스포츠로서 바른 마음가짐을 갖게 하며 펜싱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느끼게 한다.

인종 차별과 전쟁, 학살을 저지른 나치에 항거하며 스포츠 정신을 일깨운 뮤지컬은 선의의 경쟁, 정정당당함으로 감동을 이끌어낸다. 배우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원형 무대는 1938년 독일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무대 위로 비춰지는 영상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매그너스 볼커 역에 송유택, 안지환, 황순종, 정백선이 나오며 아벨 루터는 김바다, 김지온, 동현, 이진우가 연기한다. 프레드릭 칼은 김이담, 손지환, 김도현, 김방언이 맡았다. 하겐 악스만은 이태이, 김민강, 박선영, 곽다인이 출연한다.

재스퍼 뮬러는 정선기, 한정훈, 이한솔, 류동휘가 맡았고, 라인하르트 클레어역엔 이승현, 김보현, 조풍래, 조상웅이 캐스팅됐다.

펜싱선수들의 열정과 권력에 대한 저항을 그린 ‘비더슈탄트’는 11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1관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