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담도질환은 응급환자가 많습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전신 상태까지 악화되거나 사망할 수 있는 시급을 다투는 환자도 있습니다. 환자가 골든 타임을 놓쳐 생명을 위협받는 일을 막기 위해 췌장담도암센터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2017년 아주대병원 췌장담도암센터 김지훈 센터장이 센터를 처음 개설하게 된 배경이다.
아주대병원은 지난 2017년 췌장담도암센터를 개설하며 365일 야간과 주말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신속하게 여러 진료과가 협업으로 환자별 맞춤치료를 시행하는 응급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환자가 검사 및 진단, 치료, 입원 등에 걸리는 시간이 2~3주에서 3~4일로 크게 단축됐다.
췌장담도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질환으로, 특히 췌장암과 담낭·담도암은 주요 암 중에서도 생존율이 낮은 난치암으로 손꼽힌다.
소화 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간에서 분비하는 담즙을 농축하고 저장하는 담낭, 담즙을 십이지장까지 배출하는 얇고 긴 통로인 담도는 장기 안쪽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위치상 발견이 쉽지 않다.
또 특별한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이미 주위 장기 또는 림프절에 전이된 3기 이상인 경우가 많아 수술 기회가 적다. 간과 같은 주요 장기와 이어져 있거나 근접해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된다. 담도암은 40~50%, 담낭암은 25% 이하, 췌장암은 20%의 환자만이 수술이 가능할 정도다.
간혹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복통, 소화불량 등의 증상 때문에 위염이나 위경련과 같은 위장 질환으로 오인해 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과거에는 췌장담도암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수술부터 시행했고, 재발 가능성도 높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한 수술기법과 항암 치료제의 발전으로 치료 성적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며 “수술 전 방사선 및 항암치료를 진행한다”고 용기를 갖길 당부했다.
아주대병원 췌장담도암센터는 외과 영역에서도 수술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췌장담도질환을 로봇수술을 이용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로봇수술은 고난도의 수술을 요하는 난치성 췌장담도질환 수술에 매우 적합하다.
아주대병원은 지난 2010년 6월 처음으로 ‘로봇 담낭절제술’을 시행한 이후 2023년 현재 기준 췌장담도질환 로봇수술을 5,400여 건 시행했다. 그중 로봇 담낭절제술이 5,100여 건으로 아주대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병원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풍부한 로봇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드물게 로봇·복강경수술을 함께 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로봇으로만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 난치암인 췌장암, 담낭암, 담도암 수술을 연간 약 100건 내외 시행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2㎝ 내외 작은 구멍 3~4개를 뚫은 후 540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관절(팔)과 수술 부위를 10배 확대한 3D 입체 영상을 통해 안전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환자가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미용적으로 우수한 것이 장점이다. 무엇보다 최소 절개로 합병증이 적고, 장기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로봇수술에 대한 많은 경험이 쌓이면서 환자들의 부담을 좀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비키니 라인 로봇 담낭절제술’을 고안해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과 조기 진단이다”며 “만성 췌장염을 적절히 치료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일상생활에서 금연이 가장 중요하고,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며 균형 잡힌 식단, 운동, 충분한 휴식, 지나친 음주 자제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진홍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올해 초 풍선소장내시경을 이용한 고난도의 췌장담도 치료내시경시술 150건을 달성했다.
외과적 수술을 받은 췌장담도질환 환자에서 상부위장관에 구조적 변형이 일어난 경우, 내시경시술을 해야 하는 일이 많지만 상부위장관의 변형으로 인해 성공률이 극히 낮았다. 하지만 김 교수팀은 췌십이지장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100%, 위 부분 절제술을 받고 소장 재건술을 받은 환자의 97%에서 내시경시술을 성공하고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