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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능행차, 단순 재현을 넘어 지역과 호흡하는 미래무형유산으로 자리잡아야”

정조대왕이 남긴 무형 문화유산인 능행차의 가치를 재조명 우해
화성시, 한신대학교에서 '제4회 정조대왕능행차 학술세미나' 개최

 

 

정조대왕 능행차는 재위 기간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찾아 13번의 원행을 했던 정조대왕의 효심을 기리는 행사이다.

 

1960년대에 처음으로 화성지역 축제 콘텐츠로 활용된 이래 지금은 경기도, 서울시, 수원시가 능행차 전 구간을 공동 재연하는 광역 축제로 부상했다.

 

화성시의 대표적인 무형 행사인 정조대왕 능행차를 미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전국의 역사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는 11일 한신대학교 늦봄관 1층 다목적실에서 열린 ‘제4회 정조대왕능행차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정조대왕이 남긴 무형 문화유산인 능행차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세니마에 앞서 정명근 화성시장은 영상축사를 통해  “화성시는 조선후기 정치와 문예의 큰 부흥을 이뤘던 정조의 꿈과 희망·얼이 담긴 도시”라며 “애민 정신과 솔선수범으로 효행을 권장하고 백성들의 삶을 이해·동행했던 정조의 효심을 잇기 위해 정조대왕 능행차를 시 대표 축제로 매년 재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세미나는 ‘정조대왕능행차와 미래무형문화유산’을 주제로 능행차의 입체적인 면모를 다양한 시각으로 연구 성과가 발표된다”며 “여러 연구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능행차 및 시 문화예술이 더욱 풍성히 밝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전국 사학계 교수·연구자 등 50여 명이 모여 미래무형문화유산 정책과 실제 사례들을 살피며, 미래무형문화유산으로 능행차가 정립될 수 있도록 어떻게 접근·적용해야 할지를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오전부터 시작된 주제발표는 허용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의 ‘미래무형문화유산 정책의 등장 배경과 지향점’이란 제목으로 진행됐다.

 

허 교수는 “최근 10년간 무형유산 관련 정책이 급격한 변화의 양상을 보이며, 무형문화재의 공간·인간(주체)·시간 축의 확장에 따라 새로운 유형·용어들이 등장했고 근래에 ‘미래무형문화유산’ 개념이 등장해 학계·지자체 등에서 이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연구·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네스코의 보호모범사례들(헝가리·불가리아·스웨덴·베네주엘라 등)과 일본의 ‘일본유산’ 제도(나라현 중심)·서울특별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의 ‘미래유산’ 제도·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제도 등의 현재를 살핀 뒤 ‘미래무형문화유산 발굴·육성 사업’의 지향 점과 한계·오해에 대한 분석을 발표했다.

 

또 “새롭게 떠오르는 ‘미래무형문화유산’ 정책은 기존 무형문화제 정책이 갖는 한계를 혁신하고 무형유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고 논하며 “능행차가 화성시 뿐만 아니라 수원시·경기도·서울특별시 등 다양한 지자체들도 함께 협력하고 있는 만큼, ‘광역 축제’로 진화할 수 있도록 입체적·종합적으로 유형·무형유산 관리를 지향한 ‘복합유산’으로서의 능행차로 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대학교 허용호 교수는 ▲정조대왕능행차의 무형문화유산 공식화 ▲광역적인 지역 대표 문화자원화 ▲복합적 면형유산으로 전환해 유네스코 보호모범사례화 라는 세 가지 아젠다를 제시하기도 했다.

 

‘무형유산 정책과 미래무형문화유산 담론’이란 주제 토론에서는 제주·충북·강원지역의 무형유산 정책의 현황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조정현 제주학연구센터 연구원은 ‘제주 갈옷의 미래무형유산적 성격’이란 주제로 제주 갈옷의 역사와 전승 양상·지역적 특성·갈옷문화의 미래무형유산 가치에 대한 발표에 나섰다.

 

조 연구원은 “일제강점기까지 노동복으로 착용됐던 갈옷은 1980년대서부터 일상복이자 특별한 옷으로 변모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현대화·패션화의 경향 속에서 제주 정체성과 전통의 이미지가 강화됐고 지금에 이르러 현대화와 전통에 대한 지향이 공존하는 다양성이 확보된 역사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제주도민 상당수가 이 전통복식을 생활 복으로 입고 있어 지역의 전통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의류산업 측면에 치우쳐 있어 무형유산으로서의 인식이나 학술적 조사·연구 성과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제주학연구센터는 갈옷에 대한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산업 자원으로서의 인식을 무형유산의 가치로 전환하며, 체계적인 전승활동을 지원해 갈옷과 그 주변문화를 제주의 미래무형문화유산으로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종선 충북문화재연구원은 충청북도 내 무형유산 관련 연구·사업 현황과 충북지역 미래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의 현황을 설명하며 “미래무형유산의 활용을 위해 ▲무형유산 가치에 대한 체계적으로 조사·연구 진행 ▲연구 자료 바탕으로 지역민 모두가 체계적·자율적으로 전승할 수 있도록 환경·체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보은 뽕나무재배와 누에치기의 무형유산적 가치’란 주제발표에 나선 김은정 충북문화재연구원은 “1988년에 이미 국가무형문화재로 ‘명주짜기’가 있어 양잠문화를 무형문화유산으로 볼 수 있겠느냐는 의문제기를 많이 받아왔지만, 양잠의 역사적 변천사(전통양잠:고대~조선/잠사업:일제강점기~1990년/양잠업:1990년대 이후)와 일제강점기 이후 보은지역의 양잠문화의 전승양상을 살펴보며 그 가능성을 보고 기초조사와 기록화 사업에 매진해 왔다”고 소개했다.

 

또 작년 한 해 동안 진행된 기초조사와 기록화 결과물을 바탕으로 실시한 양잠 전승교육 ‘잠시잠간(暫時蠶看)’을 통해 “생산된 고치로 인한 수익 발생으로 농가에 활력을 가져다 줬으며, 수료한 학생들 중에서도 향후 양잠에 진로를 두고 싶어 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김형근 전북대학교 교수는 ‘삼척 안정사 땅설법과 미래무형유산’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불교 그림을 가지고 불교 경전 및 설화 등을 말과 판소리로 전달하는 땅설법은 그간 부족한 국내 자료로 인해 무형유산으로써 받아들여지지 못했었다”면서 “삼척지역에서 그동안 생소했던 땅설법을 미래무형유산 사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문화유산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지자체 용역 발주 시스템의 한계점이 드러나며 종목마다의 차별성이 인정 안 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조언했다.

 

2부에서는 ‘정조대왕능행차와 미래무형유산’ 제목으로 본격적 미래무형문화유산의 등재를 위한 능행차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발표됐다.

 

염원희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는 ‘사도세자 신격화와 정조대왕능행차에 투영된 한과 신명의 축제 문화’라는 주제로 서울-수원-화성 시민들이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 온 기억·감성이자 미래세대에 전할 유산으로서의 능행차의 가치를 무속의 측면에서 조망했다.

 

염 교수는 “능행차와 무속문화를 잇는 열쇠는 사도세자의 신격화에 있다”며 “억울하게 죽은 사도세자는 서울굿의 주요한 신격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금도 한강 유역의 노들제를 통해 당시 노들섬과 주변 나루터를 배다리로 건너 융릉에 갔던 정조의 모습”을 강조했다.

 

또 “사도세자 신격이 가진 한의 정서와 이를 해소하는 장으로서 무속의 굿과 정조의 능행차가 가진 신명풀이적 기능을 통해 18세기 기층민이 느꼈을 감정의 해소가 현대의 능행차 축제에 녹아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유형동 한신대학교 교수는 ‘정조대왕능행차에 대한 기억의 재구성과 마을정체성’을 주제로 “화성·수원은 문화유산을 공유함으로써 구성된 지역문화공동체이며, 두 지자체를 하나로 묶은 힘은 수원 화산(현재 화성)으로 사도세자의 능을 옮긴 정조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 교수는 “정조를 통한 정체성의 구축과 확산은 시흥·과청·수원 등지와 화성시 황계동 등 작은 읍·면·동·리에서 정조를 통해 마을 정체성을 다시 구축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지역들과 문화적 기억을 함께 공유하면서도 화성시만의 특색있는 점을 발굴해나가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한상효 한국외국어대학 외래교수는 ‘정조대왕능행차 관련 전통연희의 재현 방식과 의미’를 주제로 능행차와 연관된 ‘안양만안답교놀이’·‘과천무동답교놀이’·‘수원천개울치기’를 비교했다.

 

한 교수는 “세 연희들은 정조 능행차 과정에서 방문한 지역과의 강한 지역적 결속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의 시점에서 복원·생성된 연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해당 연희들과 능행차 간의 ‘뿌리잇기’ 양상을 밝혀내는 자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는 견해에 따라 연행들과 능행차의 연관성이 체계적·구체적이지 않아 ‘아전인수’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능행차의 복원·재현에만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생성·갱신되어야 하는 미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능성을 예견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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