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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현실을 외면한 이상은 '허상'

‘돈 파블로 맹인학교’에서 벌어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야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에 대해 다루며 실존에 질문 던져
26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스페인 희곡의 거장,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타오르는 어둠속에서’가 전 세계 최초 국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희곡 ‘타오르는 어둠속에서’는 스페인의 권위 있는 문학상 '미겔 데 세르반테스상'을 비롯해 '국립문학상', '마리아 롤란드상' 등을 수상했다.

 

극은 ‘돈 파블로 맹인학교’의 학생들의 춤으로 시작한다. 자신들의 장애를 잊을 만큼 안전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지팡이 없이 생활하는 학생들은 마치 학교 밖 세상에서도 자신들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살 수 있다는 착각 속에 활기차고 자신감 있게 생활한다. 학교 교장인 도냐 페피따는 이런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자신들의 현실과 진실을 인정하고 극복하기보다는 그저 환상 속에서 믿음과 사랑, 용기의 가치만을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이그나시오가 전학을 오며 상황은 급변한다. 이그나시오는 자신의 꿈은 오로지 ‘보는 것’이라며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을 인정할 때 시작할 수 있다’며 현재의 왜곡된 즐거움을 부정한다.

 

학교의 가치인 믿음과 사랑, 용기는 이그나시오의 저항에 하나씩 부정당하고, 이그나시오가  전하는 진실로 인해 학생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결국 우등생 까를로스의 연인 후아나마저 이그나시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학교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자 학교 내 유일한 비장애인 도냐 페피따는 까를로스에게 이그나시오를 설득해 학교를 떠날 것을 요청하게 한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까를로스가 이그나시오를 살해하고 이를 목격한 도냐 페피따는 입을 닫는다.

 

 

작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처한 상황이 동일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은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비장애인과 다름을 인정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모두가 공존할 수 있다”는 식의 실존주의적 사고가 극의 바탕이 된다.

 

특히 까를로스가 이그나시오를 살해한 것을 알면서도 이를 눈감아버린 도냐 페피따의 상황을 통해 과연 “진정한 ‘본다’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보았지만 눈감아 버리는 것 역시 결국 보지 않는 것과 같다’는 철학적 교훈을 던지며 사회에서 통용되는 질서를 되짚게 한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자신들의 가치를 맹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에게 일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장애인들도 스스로의 장애를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진실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행복과 희망을 꿈꿀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실존의 타오르는 열망을 그린 ‘타오르는 어둠속에서’는 서울시 대학로 링크아크센터에서 11월 26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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