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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박사의 ‘스페인‧포르투갈 답사 여행’ ⑫ 답사일지(7월 12일)

  • 등록 2023.11.20 13:36:37
  • 14면

늘 언젠가 한 번쯤은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해오던 Alhambra(Moor의 언어로 al-Hambra, red castle이라는 의미, 나중에 공항 가는 길에 택시기사에게 물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스페인어로는 알 암브라로 읽는 것이 옳다고 한다.

 

스페인어에서 H는 어느 위치에서나 묵음이 되므로)로 가기 위해 hotel desk에 부탁해서 택시를 불러서 타고 길을 나선다. 입장 예약시간도 11시 30분으로 느긋하고 발을 달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제 약국에서 산 발가락 버선까지 챙겨 신고 최대한 샅샅이 살펴보자고 마음을 다진다.

 

 

세계에 떨친 명성에 걸맞지 않다 싶게 입구에는 아무런 허풍이 보이지 않는다. 지극히 수수하다. 철저하게 예약 시간을 통제하는 덕분인지 많이 붐비지도 않는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마주하는 키가 10미터는 돼 보이는 잘 정돈된 측백나무 가로수의 진입로가, 무언가 속에 감추어진 것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다. 내부를 기웃거리며 감질을 내도록 자극하는 둥글게 구멍을 낸 전정의 아이디어도 재미있다.

 

 

 

이정표로는 걸어서 15분 거리라는데 절뚝거리는 바람에 얼마나 걸었을까. 정의의 문(Puerta de La Justicia)을 통과하면 문득 Nazaríes 궁이 나선다.

 

Alhambra는 네 개의 블록으로 나누어 돌아 볼 수 있다.

 

이슬람 궁전 일원(Mexuar, Comares, Leones, Dependencias Cristianas)과 기독교 왕의 궁전(Palacio de Carlos V), 그리고 이 궁들을 에워싸고 호위하는 전투 성벽시설(Alcazaba), 왕족과 시종들의 일상생활 영역 Generalife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Report는 내가 돌아본 탐방지들의 역사나 문화재들을 음미하거나 그에 상탄을 바치고자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 시설에 대한 해설이나 감상을 여기에 모두 담을 일은 아니다.

 

만일 그렇게 해야 한다면 한 권의 책을 엮어도 부족할 것이다. 따라서 Alhambra의 문화재적인 가치나 그에 대한 감상은 최소화하기로 하고 이를 돌아본 인상들을 현장에서 기록한 메모와 관련된 수집 자료들을 바탕으로 집약하기로 한다.

 

The Alhambra (Qal’ at al-Hambra, red castle) was the bastion of the last Muslim kingdom on the Iberian Peninsula: the Nasrid dynasty of Granada(1238-1492). - omission - Nasrid Sultans built the Alhambra and transformed Granada into one of the era’s most beautiful and important cities.

 

그렇게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 도시 왕국을 정복한 Christian 왕들도 이 이교도의 성을 오늘까지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고 그들의 역사서가 적고 있다.

 

The beauty hidden in the palace of the Alhambra fascinated the conqueror when they took over the city. The Alhambra’s premises became the property of the Christian kings, who inhabited them and kept them alive as a symbol the new power. As a result, it remains the only medieval Arab palace still in existence today.

 

그런데 사암의 빛으로 통일된 벽돌로 지은 Sultan의 궁전의 외형은 뜻밖에 소박하다. 위압적이라거나 웅장하고 화려하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소위 breath-taking한 충격을 받는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주변 관광객들의 표정이 모두 그와 같다. “와~ 이게 뭐지”라는 표정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충격은 궁을 둘러보는 내내 지속된다. 그 내면을 간략하게 들여다보자.

 

 

 

 

 

궁의 밖으로 나오면 방호 성곽과 군의 주둔시설의 유구(Alcazaba)와 Tower of Captive 같은 궁전의 부속시설, 그리고 작은 정원을 만난다.

 

이제 Alcazaba라고 하는 군사 방호 시설을 돌아볼 차례이다.

 

 

이렇게 완강한 방호 시설을 갖추고, 당시에도 도시라는 경제적인 지원 집단이 존재했음에도 Nasrid 왕국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역사 자료가 말하듯이 Sultan이 captive favorite에게 빠져 혼미했기 때문이었을까? 이 호화로운 궁전이 국력을 약화시킨 것이었을까? 역시 entropy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일까.

 

Alcazaba 까지를 돌아보고 기념품점을 경유하고 나니 Alhambra의 출구로 나선다.

 

Generalife가 남았다 싶어서 이정표를 믿고 드디어 통증이 심해지는 다리를 끌고 무작정 직진을 하다 보니 한참을 걸었는데 hop on hop off의 시발점이 나온다.

 

어떻게 된 셈인가. 오는 길 중간쯤에 갈래 길이 있었던 것을 지나쳤나 싶어 이를 악물고 오던 길을 되짚어 가본다.

 

길 중간에 나무 그늘 밑 바위에 걸터앉아 땀을 식히고 양말을 벗어 발바닥을 살펴본다. 이제 곧 Granada를 끝낼 참이니 어떻게든 견뎌야 한다. 그런데 길옆으로 흐르는 시원한 한줄기 냇물이 눈길을 끈다.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이 든다. Generalife는 출구로 나오지 말고 입구 쪽으로 되돌아 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입구 쪽으로 되돌아가는 것 보다는 hop on hop off 정류장 쪽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더 가까울 것 같다.

 

거기서 매표구 입구 쪽으로 가보는 것이 낫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한다. 어째 자꾸 이런 실수를 한다는 말인가. 머릿속이 복잡하면 오류가 많아지는가.

 

결국 매표소가 있는 입구 쪽으로 돌아와서 기념품점에 들어가 책자 몇 점을 사면서 점원에게 물으니 다시 입구로 들어가서 오른 쪽으로 꺾어지면 거기가 Generalife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 다시 그곳을 왕래할 생각이 나질 않는다. 입구도 닫을 시간이 임박하고. 자료집을 살펴보니 사진도 많고 설명도 가본 듯이 알 것 같다. 굳이 그곳을 더 보아야 할 이유도 없지 않으냐는 꾀가 일어난다.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하자.

 

택시로 호텔에 돌아와 누었다가 굳이 이 더운 Granada의 밤거리가 궁금해서 다시 길을 나가 본다. 9시가 다 되어서야 길거리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이곳의 삶이 행복할까. 이들에게 Alhambra는 과연 무엇일까.

 

글·사진 /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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