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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서울의 봄’, 관객 BEP 460만 고지 넘길 듯

138. 서울의 봄- 김성수

 

너무 많은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같거나 비슷한 맥락의 리뷰일 것 같아 차라리 언급을 피해 왔으나 이렇게 된 이상 인기 분석은 하고 넘어가야 할 판이다. ‘서울의 봄’은 왜 인기를 모으고 있는가. 일단 관객 추이는 이렇다.

 

‘서울의 봄’은 첫 주 관객 수 약 189만 명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에 기록된 수치이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았다. 이 영화의 관객 수 손익분기점(BEP)은 460만 명이다. 제작비 232억 원, 본전을 채우려면 아직 좀 남았다.

 

이 계산은 이런저런 할인 비용을 빼고 티켓당 가격을 평균 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이다. 극장과 배급사는 매출액을 5대 5로 배분한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 플러스엠(메가박스) 등이 232억 원을 채운 다음 그래도 남는 수익은 배급간와 제작사(하이브미디어코프)가 다시 5대5로 나누게 된다. 그러니 460만 명을 넘겨야 그때부터 수익금 배분을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 꽤 걸어가야 한다.

 

 

통산, 업계에서는 최종 관객 수를 첫 주 관객 수 곱하기 3으로 본다. 경기가 좋을 때의 얘기다. 어쨌든 그런 식이라면 ‘서울의 봄’은 첫 주 190만 정도이니 최종 600만 관객은 내다볼 수 있게 됐다는 얘기이다.

 

영화 흥행이 450만을 넘기는 것으로 예측되면 그때부터 관객 수는 다소 ‘고삐 풀린 망아지’ 형국이 된다. 어디로, 얼마나 갈지 예상할 수가 없다. 거기서 멈출 수도 있고 금세 600만 명, 700만 명이 될 수도 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흥행 예측은 실로 오랜만의 대박이 터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한 해 내내 거의 그로기 상태로 비틀거리던 한국 영화계가 비상 약 처방을 받은 셈이 됐다. 같은 배급사 플러스 M의 또 다른 투자 작품 ‘헌트’(감독 주연 이정재)는 430만 명 선을 모았다. 450만의 문턱을 넘지 못했으며 따라서 450만이란 수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관객이 이렇게 동원되려면 연령별로 고른 지지를 받아야 한다. 쉽게 말해서 큰 제작비의 영화는 대통령 선거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가능한 전 연령층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대박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남녀 간 지지세도 거의 균등해야 한다. ‘서울의 봄’은 30대가 30%로 가장 높다. 40대가 25%, 20대는 24%, 50대는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봄’은 12세 관람가이다. 10대 관객이 4% 선인 이유는 이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오래된 역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12.12 쿠데타는 1979년, 44년 전의 일이다. 그러니 10대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오래되고 무거운 얘기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남녀 관객 비율이 49대 51로 비교적 비등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관객들이 다소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이 차이는 흥행 속도가 붙으면서 조금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극장 문화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경향이 있고 여성 관객이 많아지는 것은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의 봄’은 공개 당시 한편으로 매우 우려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어두운 현대사를 다룬 영화는 웬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고서는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관객들은 역사를 통해 지금의 현실을 유추해 내거나 상징화 시키는 영화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다.

 

적절한 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가 흥행에서 철퇴를 맞았던 것은 두고두고 회자될 일로 꼽힐 정도다.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었어도, 재미가 철철 넘친다 해도, 그 재미와 의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더더욱이나 쿠데타, 정변, 정치적 선거를 다루는 영화는 아예 거들떠도 안 보는 상황이다.

 

정치적 부패에 대한 얘기는 ‘정직한 후보’마냥 완전히 코미디로 만들지 않으면 TV 드라마의 양념 정도로 전락한 소재가 된지 오래다. 코로나 후유증이 남아 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헌트’가 성공했던 것은 아웅산 테러 사건을 첩보 액션, 특히 액션에 방점을 두고 찍었기 때문이다. 과거사든 현대사든 이를 정면으로 다루는 한 성공하기 힘들다.

 

 

‘서울의 봄’의 흥행 요인도 이 점에서 착안된다. ‘서울의 봄’은 12.12 쿠데타의 10시간가량을 시간별로 촘촘하게 따라가긴 하되 이를 선악의 대결 구조로 풀어 낸다.

 

한편에는 반란군이라는 『악의 무리=(서부극의) 악당들 이미지=(마피아)갱스터=전두광(전두환 당시 보안 사령관) 일당』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이에 맞서는 진압군, 곧 『선한 사람=보안관 이미지=조폭과 싸우는 사람들=이태신(장태완 당시 수도경비 사령관)』이 있다.

 

선악의 이분법이라는 단순한 서사가 1979년과 1980년으로 넘어가던 복잡한 정치 환경을 한눈에 들어오게 한다. 이 시기를 겪지 않은 젊은 관객들로 하여금 저 시대의 역사를 한 번에 조감하게 하고 유추하게 하며, 추체험하게 만든다.

 

바로 그 점이 2,30대 관객들을 동원하고 있는 장치 중의 장치이다. 복잡했던 역사를 단순하게 풀어 내는 것. 그 전략과 전술이 잘 들어 맞은 셈이다. 영화적 성공과 성취는 의외로 단순한 데서 온다.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은 긴박한 흐름, 그 서스펜스를 2시간 21분의 러닝타임 동안 줄곧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마치 21분 정도가 흐른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사건이 숨 가쁘게 흘러간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이태신 장군(정우성)이 아내(전수지)와 밥을 먹거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불필요하지 않을 만큼만 썼다. 이 영화에는 그야말로 단 한 커트도 버릴 것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경사 사령관 이태신의 말대로 ‘수도 서울을 누가, 어느 쪽 병력이 장악하느냐’였다. 실제로도 싸움의 열쇠였다. 그렇다면 영화는 그 ‘장악’의 시도, 동선을 보여줘야 한다. 특전사 휘하의 3공수 5공수가 반란군에 가담해 행주 대교 등 한강을 넘어 육본과 국방부를 치고 들어가려 한다.

 

9공수만이 국가를 배반하지 않고 이에 맞섰으나 육군 참모차장(유성주)의 우매한 판단(9공수를 물리면 5공수도 물리겠다라는 전두환의 거짓말 협상에 넘어간 것)과 노재현 국방부 장관의 비열하고 비루한 행동 등이 겹쳐 장태완 사령관은 쿠데타 군을 저지하는데 실패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대문 안 경복궁 내에 있던 수도경비 사령부 휘하의 30경비단 단장의 배반도 치명적이었다. 그 긴장의 흐름, 격렬한 움직임을 영화가 담아내는데 성공한다.

 

 

여담이지만 30경비단은 장세동이 지휘관이었다. 장세동은 자신의 직속상관이었던 장태완 장군을 배신하고 쿠데타 군 쪽에 섰다. 반역이 성공한 후 그는 안기부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등 권력을 누렸다. 전두환이 죽을 때까지 그에게 충성을 다했다.

 

영화 속에서 정우성은 부대 장병들에게 더러운 반역자 장민기(안세호, 장세동)를 체포해 오고 저항하면 곧바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서스펜스와 미스터리의 차이는 결과나 결말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이다. 책상 밑에 폭탄이 설치돼 있고 그것을 관객들은 아는데 극중 인물들, 특히 주인공만 모르고 있는 상황이 서스펜스이다. 폭탄의 유무를 아무도 모르는데 갑자기 터지는 상황이 미스터리이다.

 

‘서울의 봄’의 결말, 12.12 쿠데타에서 누가 이겼는지, 그 시대의 폭탄은 누구였는지, 관객들은 이미 다 안다. 때문에 서스펜스의 긴장감으로 극을 채우지 않으면 관객들이 이를 다시 지켜볼 이유가 없다. 러닝 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흥행하고 있는 이유이다.

 

 

정우성이 너무 멋있다. 황정민은 미친 듯한 연기를 펼친다. 국방장관 역의 김의성은 너무 비루하다. 특전사 사령관 정병주 소장 역의 정만기는 진정으로 군인답다. 그를 지키다 사살당하는 김오랑 소령 역의 정해인 때문에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배우들의 투혼 연기, 그 진정성이 영화를 살린 최대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진심이 있는 영화이다. 그 진심이 통하고 있다. 축하할 일이다. 어떤 면에서 영화 한 편이 현시점의 나라를 구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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