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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 이철호의 전성시대 ②] 만남이란 누군가의 삶이 내게 큰 의미가 되는 것이다

파주 기지촌 파라다이스 클럽을 주름잡았던 밴드 피스(Peace)
故이남이 형과의 운명적인 만남,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필연 같은 인연

대한민국 최장수 밴드, 1978년 '한동안 뜸했었지'로 공전의 히트를 친 펑키 록 밴드 '사랑과 평화'가 올해로 데뷔 46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사랑과 평화'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사랑과 평화'의 리드 보컬 이철호의 삶을 통해 돌아본다. [편집자주]

 

 

1968년 17살 때 드디어 인천에서 4인조 그룹 피스(PEACE)를 결성했다. 요즘 17살이면 한창 입시를 준비할 고등학생이지만 학업에 뜻이 없던 난, 결국 자퇴를 하고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고향인 인천에서 열심히 활동을 준비하던 중 당시 유명 밴드인 라스트찬스와 데블스 뿐 아니라 다수의 밴드를 거느린 박영걸 사단에 들어가게 됐다. 박영걸 사단에는 나중에 가수 이은하의 매니저로 유명세를 떨친 일명 '더벅이 형'이라고 있었는데 그 형의 권유로 인천에서 파주 기지촌으로 근거지를 옮기게 됐다.

 

 

그룹 피스의 원 멤버는 보컬 이철호, 기타 정창교, 베이스기타 차종헌, 드럼 김영진 이렇게 4인조였으나 기지촌으로 오면서 기타 이강석이 합류해 5인조 밴드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파주 기지촌은 블루 앤젤 클럽과 파라다이스 클럽이 길 하나를 두고 마주 보며 경쟁하고 있었다. 블루 앤젤 클럽은 밴드 라스트찬스(Last chance), 파라다이스 클럽은 우리 피스(Peace)의 주 활동 무대였다. 연주곡은 클럽의 고객이 주로 미군이다보니 비틀스, 몽키스, 비치보이스, 마마스&파파스 등 주로 영미권 유명 팀들의 곡을 연주했다.

 

 

이듬해인 1969년 우리는 드디어 의기양양하게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전국 그룹사운드 경연 대회에 도전장을 냈다. 나름 해 볼 만하다 생각했지만 그 자체가 오산이었다. 오히려 길 건너 블루 앤젤 클럽의 라스트찬스가 우수상을 받으며 큰 히트를 쳤다. 그 시절에 팀 전용버스가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는 걸 옆에서 두고보자니 배알이 꼬였다. 하지만 어쩌랴 이게 우리의 현실인 것을... 결국 우리 밴드 피스(Peace)는 그렇게 해체됐다.

 

잠깐 쉬기로 결정하고 인천으로 내려왔다. 며칠 후 서울 이태원 태평 극장 옆, 플레이보이 클럽에서 기타를 치던 윤승칠 형이 갑자기 오디션 제안을 했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 할 일도 없고 심심하던 차에 아무 기대 없이 오디션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던 이남이 형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1969년에 만나 2010년 1월 29일 이남이 형이 숨을 거두던 그날까지 그 많은 시간을 우리가 함께 하게 될 줄 그때는 정말 알지 못했다. 벌써 5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남이형과 만난 그날의 분위기, 공기, 냄새까지 아직 생생하다.

 

수많은 일들과 오랜 시간을 거쳐 만나게 된 누군가를 우연이든 필연이든 고스란히 마주했을 때 나와 아무런 상관없던 그 사람의 삶은 내게 큰 의미가 된다.

 

특히 그 사람이 내게 영향을 미치면 미칠수록 그 사람은 싫든 좋든 떼래야 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인연의 끈이란 게 그만큼 굵고 단단하기에 우리는 누군가의 삶과 기억 속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남이 형과의 첫 만남 그리고 40여 년의 인연, 무엇보다 내가 죽는 날까지 남아있을 남이형에 대한 기억.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아름답게 기억되는 그런 사람 말이다.

 

[ 글 = 이철호, 우경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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