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꽃미남이 내게로 왔다! 앗! 근데 그가 악명높은 B형이라니! 2005년 이동건,한지혜 주연의 B형남자란 영화의 홍보카피다. 2004년 가수 김현정은 “태양에너지 그리고 B형남자”란 노래를 발표하고 B형 남자들의 항의에 소속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까지 올렸다 80년대 들리기 시작하더니 90년대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난 89년에 장가갔으니 잘 비껴간 셈이다. 90년대에서 2010년 초까진 혈액형 성격론이 맹신되던 분위기였다. 학자들이 말해도 귓전으로 흘렸다. 과학이 사회적 통념을 이긴다는게 어렵다. 더 신기한건 B형 여자는 이 사회적 핸디캡에서 비켜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일본만 혈액형별 성격을 믿는 지구상 유이한 나라다.어이없는 일이 사회를 바꾸곤 한다. 1971년 일본 방송작가 노미 마사히코가 “혈액형 인간학”을 출간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에선 혈액형별 성격론이 사회적으로 유행했다. 일본문화가 유입되며 우리나라에 뜬금없이 흘러와 90년대 이후엔 정설이 되었다. 2017년 갤럽조사 58%, 2021년 한국리서치 조사 56%가 혈액형별 성격차이가 있다고 믿는다로 나왔다. 중국에선 혈액형 대신 별자리가 중시된다. 태어난 별자리에 따른 운세와 인생의 길흉이 있다는 일종의 별자리 점성술이다. 한국 연예인 프로필을 보면 대체로 혈액형이 기재되어 있는 반면 중국 연예인의 프로필에는 별자리가 써있다.
모든게 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성격은 다르다. 아마존의눈물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에족은 부족 전체가 100% A형이다. 이들의 성격은 똑같을까?
2020년대부터 혈액형 성격론을 과감히 밀어내고 대세를 잡은게 MBTI다. 16개 성격유형의 자기 점검법이다. 그럴듯한 16개 유형의 영문조합으로 성격을 진단해주니 뭔가 있어 보인다. 특히 Z세대와 저연령 M세대의 믿음이 강하다. 내 보기엔 이야기하기 재밌는 인싸들의 토크 아이템일 뿐인데. “넌 F야? 난 T야.” 여기서 F는 Feeling, 감정적 사람이고 T는 Thinking 사고형적 사람이다. 심리학에선 과학적 검증이 안된 단순심리검사 일뿐이라고 무시하지만 전세계에 급격히 전파되면서 이검사를 인증해주는 CPP사는 연간 2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있다. 유사과학의 우산을 쓴 마케팅이다. 대중산업사회의 유행과 흐름은 방송에 의해 주도된다. 난 유재석의 MBTI 관심없다. 예능에서 밝힌 유재석의 MBTI는 ISFP란다.검색하면 유재석 성격이 쫙뜬다. 내보기엔 연예인중 1/16이 ISFP성격일텐데. 예능에서 같이 웃고 대화를 끌어가기에 MBTI는 좋은 아이템이다. 집사부일체에서는 아예 한회분을 박나래와 장도연의 MBTI 라이프를 전형화시켜 보여주면서 같이 출연한 이승기,차은우의 MBTI를 알려준다.
80억명의 인구가 4개의 혈액형별 성격으로, 16개의 MBTI로 유형화될수 있겠냐. 장군 중에 지장도 있고,유비같은 덕장도 있고,관우같은 용장도 있고,장비같은 맹장도 있다. 현대전에서 작전담당 장군은 지장이 아니면 안된다. MBTI의 사용빈도가 가장 많은 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라고 멕시코 언론마저 흥미있게 보도했다. 재미나 단순한 자기점검적 차원의 성격 테스트가 예능의 소재로 사용되면서 신뢰도를 얻고 확산됐다. 특히 Z세대의 진로와 미래탐색에 남용되고 있다.
“교수님, 전 F성향이라 PD 가 맞을거 같아요.” “전 MBTI가 ENT(E:외향적,N:직관적,T:사고적)로 나오는데 PD가 안맞는거 아닌가요? 하고싶은데” 미친다.이세상의 직업이 20만개를 넘고 성격유형은 16개일뿐인데 그런 매칭이 가능하냐. 프로야구선수 전체를 MBTI 검사해보면 16개 유형이 다나온다. 나랑 내기해도 좋다. 4차산업시대는 산업도 직무도 컨버전스를 특징으로 하고있다. 나뉘는게 아니라 통합적이다. MBTI는 그냥 재미로 보면 된다. 안해도 된다.
내가 더 문제인거 같다. 학생들에게 MBTI에 매이지 말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은 결코 보지않는 신문칼럼에 이야기를 쓰고 있다니. 유튜브로 올려야 하는데. 세심한 A형 혈액형과 분석적인 T형 성격을 가진 나는 학생들이 못볼까봐 글쓰면서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