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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진단과 처방

 

나는 몇 년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저린 통증이 있었다. 병원에 가면 진단이 나오지 않았다. 정확한 진단이 없기에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해도 낫지 않는다. 의사도 머리를 갸우뚱했다. 분명히 수치는 내려갔으나 통증은 멈추지 않는다. 다른 원인이 있겠다 싶어 과를 옮기며 진료 받았다. 검사에 CT, MRI, 초음파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되었다. 의사는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받도록 했다. 병원 갈때마다 처방받은 약이 수북히 쌓였다. 약이 싫어질 쯤 심리적인 것이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오랫동안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존했다.

 

남쪽에서는 최첨단 기계로 검사 하기 때문에 오진이 있을까 싶다. 웬만한 병은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다행히 진단명을 알면 덜 고생하게 된다. 그러나 진단명이 나오지 않으면 여러 과를 팽이처럼 돌아야 한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의사가 시키는대로 검사를 받는다. 의사는 대기환자가 많기 때문에 매우 피곤하다. 기다린 시간보다 진료 받는 시간은 3분도 걸리지 않는다. 검사결과에 따라 처방이 나온다. 검사수치는 청진기 보다 정확하다. 환자는 숫자가 가득한 모니터를 보면서 의사의 설명을 듣는다. 소독약 냄새가 풍겨야 병원이거니 생각했는데 남쪽 병원은 시설도 깨끗하고 설명도 친절하다.

 

남쪽에서 진단과 처방을 검사수치에 의존한다면 북쪽에서는 의사의 경험에 의존한다. 의사는 망진을 통해 병을 진단하고 상태에 따라 한약도 처방한다. 망진은 환자의 눈과 얼굴, 혀, 몸 상태로 진단한다. 청진기로 소리를 듣는 것은 기본이다. 처방으로 침과 뜸을 놓기도 하고 피검사나 대소변 검사도 한다. 원인을 찾아 치료하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이 존경받는다. 경험이 많으면 오진이 적고 진단과 처방을 잘하기 때문이다. 치료가 어려우면 대학병원으로 보낸다. 2차 병원이라고 하지만 남쪽의 대학병원만큼이나 규모가 크다. 이곳을 거쳐 3차 병원으로 갈 수 있다.

 

함흥시 회상구역에 있는 함흥의학대학병원은 3차 의료기관이다. 시설이나 환경은 남쪽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의술에 있어서는 세브란스병원만큼이나 이름 있다. 지역에서 치료가 어려운 중환자를 대학병원으로 보내기에 남쪽 병원만큼 환자가 많다. 중환자는 절차를 뛰어넘어 빠르게 여행증명서가 나온다. 나는 환자 이송 명목으로 회상구역에 있는 함흥의대병원를 방문했다. 그 때 함흥의대병원이 의수, 의족을 잘 만드는 국내 유일한 병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함흥에서 만드는 보조기구가 좋기 때문에 전국에서 찾아온다. 환자는 몇 달을 기다려 보조기구를 만들어 착용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남북한의 진단과 처방에 있어 다른점은 남쪽은 한의학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고, 북쪽은 신약(합성의약품)과 한약을 동시에 처방한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2차 3차 기관으로 이동하는 의료 시스템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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