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과 행동으로 수업방해를 일삼고 교우관계 문제를 야기해 지도 조언하면 무시하고 도리어 교사의 외모비하(탈모) 발언을 하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일삼음.-이하 중략-”-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심리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학교 현장 실태 조사’ 주관식 답변 일부-
27일 정서 위기학생의 문제행동을 학교 내 교육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육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학교 현장 실태 조사’에서 인천지역에서 응답한 교사(206명) 중 96.6%(199명)명이 정서행동 위기학생의 문제행동을 학교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정서 위기학생이란 심리적 원인·정신건강·학교 부적응 등의 문제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어렵게 하는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학생을 말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최근 3년 내 정서 위기학생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다는 인천지역 교사는 97.6%(201명)에 달했다. 거의 대부분의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정서 위기학생을 지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정서 위기학생으로 인해 수업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방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교사는 91.7%(189명)로, 대표적인 어려움으로는 수업 방해, 생활지도 불응, 타인과의 갈등, 욕설 및 폭언, 폭행 등을 들었다.
정서 위기학생으로 인해 교권침해를 겪은 교사도 75.7%(156명)에 이르렀다. 이중 정서 위기학생 보호자에 의한 교권침해 또는 악성민원을 경험한 교사는 45.6%(94명)로 특히 학생의 정서 위기로 인한 문제 상황을 교사의 지도 잘못으로 몰아가거나 이를 이용해 아동학대 신고까지 하는 경우를 대표적 상황으로 꼽았다.
특히 교사들은 이번 설문을 통해 정서 위기학생의 어려움은 이미 교육과 지도로 해결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는 시각이다. 거의 모든 교사(97.6%, 201명)가 정서 위기학생에게 의료 차원의 진단·치료·상담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다만 정작 정서 위기학생 보호자에게 전문적인 진단·치료·상담을 권유하는 교사는 54.8%(11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자에게 진단·치료·상담 등을 권유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권유해도 보호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진단 및 치료를 강제할 수 없어서(39.7%, 152명) ▴학생·보호자와의 관계 악화, 민원,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까 두려워서(34.5%, 152명) ▴학생에게 진단 및 치료를 권고할 수 있는 학교 시스템 및 근거가 없어서(24.3%, 93명) 등으로 답했다.
학교현장이 정서 위기학생으로 인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보다 ‘수업 방해 및 다른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꼽았다. 이외에도 ‘교권 침해 및 교사 소진 심화’, ‘문제행동 학생의 분리조치 및 교육적 지도 어려움, ‘학부모 민원 및 아동학대 고소 우려 증가, ‘다른 학생들과의 갈등, 학교폭력 발생’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또 정서 위기학생의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문제행동 학생 분리지도가 가능한 법제도 정비’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근소한 차이로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법제도 정비(진단, 치료, 상담 등 지원 근거 마련)’도 그 뒤를 이었다.
인천교사노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 인한 학교현장의 어려움에 비해, 관련 법령이나 교육 정책은 미비한 실정이다”며 “심지어 공식적인 용어조차 없어 심리·정서 문제 또는 정서·행동 문제 등 여러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서 위기학생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가 최근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사건이나 청소년 범죄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교 밖 외부전문기관 연계 등을 통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지자체 차원 위기가정 지원체제 구축 등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인천 = 이연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