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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팠던 북미 원주민의 삶과 문화…‘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展

19세기 북미 원주민들의 의식주, 공예품, 전시해 삶과 문화, 예술 전해
미국 덴버박물관 공동 기획…국내 최초 북미 원주민에 관한 전시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미국 서부영화에 나올 법한 ‘인디언’은 북미 원주민을 일컫는 말이다. 붉은 색 독수리 깃털로 만든 모자를 쓴 채 말을 타고 평원을 달리는 그들의 모습은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인디언’ 부족은 위치와 기후에 따라 크게 10개의 문화권으로 나뉘며 570여개의 부족이 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북미 원주민의 삶과 문화를 다룬 전시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이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북미 원주민에 대한 전시로 그들의 삶과 문화를 담은 151점의 전시품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설명한다. 원주민 미술로 잘 알려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 위치한 덴버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특별전이다.

 

전시는 ‘1부 하늘과 땅에 감사한 사람들: 상상을 뛰어넘는 문화적 다양성 ’, ‘2부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한 사람들: 갈등과 위기를 넘어 이어온 힘’으로 구성된다. 1부에선 34개 부족의 유물을 통해 그들의 삶과 문화를 설명하고 2부에선 각 부족의 공예품을 통해 예술을 보여준다.

 

 

전시의 시작은 1915년 경 카이오와족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요람’부터이다. 카이오와족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는 자연을 가장 큰 선생님으로, 아이가 자연을 배울 수 있길 바랐다. 사슴가죽으로 만든 요람 속에서 아이는 자연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원주민의 집 ‘티피’가 전시돼 있다. ‘티피’는 주로 대평원의 들소 가죽을 이용해 만들어졌는데, 캔버스 천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빠르게 이동하는 들소떼를 따라 원주민들도 이동해야 했기에 약 10분 미만으로 설치가 가능했다. 여자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모형으로 티피를 짓는 연습을 했고, 티피 겉면에는 부족의 사냥하는 모습을 그려넣었다.

 

이외에도 둥글게 구성된 전시장을 따라 압사록 가족이 사용하던 말안장, 샤이엔족이 사용하던 들소 가죽을 벗겨내던 도구, 활, 푸에블로 사람들이 제작했던 도자기 그릇, 주전자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적도부근부터 북극까지 위치한 북미에서 기후에 따라 진흙, 나무, 천, 지푸라기 , 얼음 등으로 만든 다양한 주거 형태의 질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돼 있다.

 

 

‘2부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한 사람들: 갈등과 위기를 넘어 이어온 힘’에서는 북미 대륙으로 건너온 유럽 사람들에 의해 변화된 원주민의 삶을 그린다. 광활한 평야와 금광을 찾아 북미 대륙을 점령한 유럽인들에 의해 원주민들은 보호구역으로 밀려났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원주민들은 급격히 달라진 환경에서도 그들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거침없이 밀려오는 변화를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랜 세월 북미 대륙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은 흔히 서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야만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 역시 자신들을 둘러싼 여러 환경적 요인과 대를 이어 물려온 전통에 따라 매우 훌륭한 문화예술적 소양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나바호족의 직조 기술의 수준은 상당했다. 직물의 올과 올 사이가 매우 촘촘하고 단단해 실 사이로 물이 새지 않으며 아름다운 무늬로 족장의 덮개나 바닥에 까는 깔개로 주로 사용됐다. 덮개는 주요 무역 물품이 됐고, 줄무늬에서 사각형, 삼각형, 다이아몬드 등으로 무늬도 발전해 인기가 높았다. 나중엔 성조기를 새겨 넣기도 했다.

 

 

구슬로 만든 모카신, 물범의 내장으로 만든 의례용 복식, 독수리 깃털로 만든 족장의 모자, 바다표범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 청둥오리 깃털로 장식한 드레스 등 자연의 영혼과 함께하는 원주민들의 의식을 반영했다. 곧 사라질 원주민들을 4만 점의 사진으로 기록한 에드워드 커티스(1868~1952)의 사진들도 보존 가치가 큰 원주민의 삶을 보여준다.

 

원을 이루며 나와 너, 조상, 동물, 자연, 사물, 초자연적 존재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북미 원주민의 세계관은 함께 살아가며 조화롭고 균형 있는 삶의 방식을 전하고 있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부족의 지혜를 담은 문구와 가수 양희은의 포근한 해설이 원주민의 삶을 한층 풍부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북미 원주민의 삶과 역사, 문화와 예술을 느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0월 9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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