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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사소한 발견] 등 한가운데의 딜레마

 

혼자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함께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혼자 샤워를 할 때마다 등 한가운데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비누칠을 하려고 팔을 최대한 천천히 꺾는 순간, 등이 간지러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생각한다. 아, 혼자는 불편하구나.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가 되었다 치자. 이젠 등 한가운데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커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싱글들이 커플이 되면서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해왔던 일들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등 한가운데 뿐 아니라 온몸을 상대에게 맡기며 그걸 믿음이라고, 사랑이라고 오해한다는 거다. 등 한가운데만 해결해주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늘 불만이 많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는 현명한 방법은 모든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기대한다고 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므로, 나에게 똑같이 기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래서 지금까지 스스로 해오던 삶을 상대에게 내던지지 말고 그저 꾸준히 등 한가운데를 제외한 자신 전체를 스스로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그때 상대방이 등 한가운데라는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도와준다면 그건 너무도 만족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그런데 더욱더 큰 문제는 둘이 된다고 해서 상대방이 반드시 등의 한가운데를 해결해주는 건 아니라는 거다. 처음부터 상대의 온몸을 책임져야 했던 부담감은 점점 더 힘겨워지면서 마침내 등 한가운데의 문제까지도 저버리게 되는 거다.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둘이 되고도 혼자였을 때와 동일한 "등 한가운데"의 문제에 부딪힌다. 아니, 혼자일 때보다 외로움은 더욱더 증폭된다. 그리고 이제는 "등 한가운데"라는 문제를 온몸의 문제로 확대시킨다. 그때부터는 모든 것이 상대방 탓이 된다. 나의 괴로움도, 외로움도, 슬픔도, 실패도, 불행도..... 모두 저 사람 탓이 된다.​나는 이것을 "등 한가운데의 딜레마"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자면 여기서 등 한가운데의 문제는 자신이 가진 단점, 결점 또는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말한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의지할 범위를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정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마저 상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없는 것 중에서 그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즉, 자신의 등 한가운데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때 상대가 나에게 베푸는 작은 마음에도 감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혹 삶의 유연성이 뛰어나 자신의 등 한가운데까지 손이 닿아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특별히 좋은 달란트를 태생적으로 또는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받게 된 것이니 자신의 등 한가운데는 스스로 해결하고 남은 힘을 상대를 위해 조금 더 베풀어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어제 샤워하면서 갑자기 깨달은 것. 우리는 자신의 등 한가운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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