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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광복이냐, 해방이냐

 

‘아버지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정지아 작가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2022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진지 일색으로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음으로 비로서 해방되었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집도 나름 맛집이 된 이유가 있듯 출판보다 판매가 어려운 도서 시장에서 베스트셀레가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죽음’과 ‘해방’으로 요약시킨 이야기 때문일까. 아니면 시골 풍경과 전남 사투리가 어울리는 문체가 좋아서일까. 이 책을 읽고 ‘죽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은 해방, 죽음은 고통이지만 죽음으로부터 해방된 희망을 쓰고 싶어진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잃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나라를 꿈꾸며 싸웠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저항한 사람들, 빼앗은 자에 붙어 영달을 꾀하지 않고 죽음으로 항거한 사람들을 선지자, 애국지사라고 한다. 이들에 희생으로 오늘의 국가가 존재함으로 8월 15일을 국가 공휴일인 ‘광복절’로 기념한다. 그러니 8월 15일은 빼앗겼던 시간을 다시 찾은 해방의 날이다. 해방은 되었으나, 아직 형태도 가지지 못한 신생아 국가는 허약했다. 검증된 미래세계가 없었기에, 형제가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는 전쟁으로 남북은 분단되었다. 그리고 이념으로 인한 갈등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상흔을 그린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진지하게 새로운 미래를 꿈꾸던 아버지는 자신을 ‘광복’ 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음으로 비로서 해방을 얻었다.

 

해방은 되었으나 ‘광복’을 이루지 못한 것은 개인만이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죽음으로 항거한 애국지사가 꿈에도 바랐던 소원은 나라의 독립이었다. 그러나 반세기 넘도록 남북은 분단되었고, 분단되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북한학을 전공한 나 자신도 북쪽을 잊고 살고 싶어진다. 정치적 계산만 하는 국가가 불만스러워 관심을 덜어보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북쪽 출신이다. 올해 대통령의 8월 15일 기념사에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도 궁금하다. 일방적인 선언 같은 것은 없으면 좋겠다. 나도 북쪽 주민도 잘사는 그런 미래가 있는 메시지가 나오면 좋겠다.

 

해방은 되었으나 개인도, 국가도 ‘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불편하게 살고 있다. 가장 힘든 사람은 전쟁으로 생겨난 이산가족, 그리고 1990년대 고향을 떠난 북한이탈주민이다. 완전한 광복을 이루지 못한 해방은 갈등의 불씨가 되어 개인을 묶어 버린다. 79년전 1945년 8월 15일 낮 12시 일본 히로히토 천황의 항복선언으로 패망을 선언했듯 개인과 국가를 묶어버린 불편함이 올해 대통령의 기념사를 통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전봇대에 머리를 박은 아버지의 죽음이 해방이 되는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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