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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밀정

  • 최영
  • 등록 2024.08.13 06:00:00
  • 13면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우당 이회영의 손자이자 광복회장인 이종찬회장이 일갈했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에 뛰어든 모든 이들은 본인의 생명은 물론이고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했다. 어떤 국가든 이런 희생의 흔적 위에 세워지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다름없다.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었던 사람들을 기리고 대한민국의 밑바탕으로 삼고자 독립기념관을 세웠다. 그런데 독립운동을 폄훼하던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한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1948년 건국이전에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라는 생각은 곧바로 일제에 협력하며 호의호식한 친일세력들에게 면죄부를 발부한다. 만주에서 독립군을 때려잡던 간도특설대 출신의 백선엽은 자신의 행적을 두고 “우리가 전력을 다해(독립군을) 토벌했기 때문에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게릴라로 싸웠다고 해서 독립이 빨라졌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라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했다. 이런 백선엽을 “과도하게 친일로 매도된 측면이 있다”며 감싼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독립기념관장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라의 과거가 왜곡되면 나라의 미래가 바뀌기 때문이다.

 

3.1절에 욱일기를 떡하니 내거는 사람도 있는 요즘이다. 엄마부대 주옥순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아베 수상님 사죄드립니다, 일본파이팅”이라고 집회를 할 정도였으니 사람은 여러 가지다. 문제는 일부 튀는 행동이 아니다. 식민지근대화론 같은 교묘한 논리를 앞세우며 역사를 편향된 색깔로 채색하려는 겨대한 흐름이 심각한 문제이다. 흔히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진영은 ‘반일종족주의, 제국의 위안부’ 같은 책을 통해 한일과거사 문제를 시종일관 일본제국주의 입장에서 주장해왔다. 이들이 주장을 내놓으면 일본정계와 우익들이 환호하고 일본의 매스컴이 대서특필하는 것이 정해진 현상이 되었다. 뉴라이트진영의 대표적 연구소로 알려진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는 15일 광복절에 맞춰 신간을 출간할 예정이다. 책 제목은 '테러리스트 김구', 저자는 정안기 연구위원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을 담은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그간 뉴라이트진영에서는 김구 뿐만 아니라 안중근, 윤봉길 등의 애국지사들도 테러리스트로 지칭하고 유관순열사는 여자깡패로 비하하기도 했다. 일제의 도움으로 근대화되었으므로 미개한 조선을 되돌리려는 어떠한 독립투쟁도 어리석은 행위로 간주한 탓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일본도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할 주장한 법적, 사료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니 일본 입장에서는 업어주고 싶을 터, 이번에 ‘테러리스트 김구’가 발간되면 열도의 환호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된다.

 

지금까지 뉴라이트계열의 인사들은 보수진영의 환대를 받으면서도 대놓고 중용되기는 어려웠다. 친일매국행위라는 여론 때문이다. 윤석열정권이 들어서면서 일어난 엄청난 변화가 이들이 권력의 핵심으로 진입하며 정책방향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련의 사태에 이종찬광복회장은 광복절 행사참여를 거부했다. 그랬더니 독립기념관은 자체 광복절 경축식을 돌연 취소해버렸다. 독립기념관은 코로나 확산 때도 열던 경축식을 개관 이래 처음으로 열지 않는다. 작금의 상황을 짚어보면 일본의 밀정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니라 밀정이 많아도 너무 많다. 손에 꼽기도 모자랄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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