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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불귀불귀 영원 불귀

 

불귀(不歸)는 돌아오지 않고, 돌아가지 아니함을 뜻한다. 불귀라는 표현은 시인 김소월의 ‘삼수갑산’에서 나온다. 삼수갑산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양(량)강도에 있다. 삼수갑산은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하는 첩첩산중에 있다. ‘삼수갑산 어디뇨 내가 오고 내 못가네/불귀로다 내 고향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산중에 쌓여 돌아가지 못하는 불귀는 새가 되어 고향으로 떠간다. 김소월은 시 ‘고향’에서 조상님 뼈가 묻힌 곳,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가라고 한다. 내가 고향을 잊고 고향이 나를 버렸더라도 그곳에 부모님과 동생이 있고, 하늘, 바다, 가을, 단풍, 고깃배 들이 어우러져 있다. 백석은 고향을 아버지와 같은 따스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표현한다. 백골이 따라와 눕는 윤동주의 고향은 이주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다. 등 따시고 배부른 곳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고향으로 갈 수 있을까. 고향이라야 별게 있냐고 하겠지만, 가볼 수 없으니 더욱 그립다. 고향은 떠나는 순간부터 그리움의 시작이다. 아쉬워 돌아보는 것은 정든 것과 이별 때문이다. 그리움도 무뎌져 가겠지만, 꿈에도 가고 싶은 곳이 고향이다. 따뜻한 어머니, 아버지 위엄있는 목소리, 다툼이 많던 언니와, 오빠, 돌아올 수 없는 유년 시절, 열정이 불타던 거리와 골목을 정답게 기억한다. 아픈 기억은 남겨서 무엇하리. 즐겁고 기쁜 기억을 살려 오늘을 살아가려는 것이다. 과거보다 현재는 늘 불안하기에 좋은 기억을 붙잡아도 안 좋은 생각부터 하게 된다. 내 고향은 북쪽 어디에 있는 곳, 추석이면 음식을 만들어 산으로 올랐다. 벌초하고 술잔 올리고, 음복을 한다. 먹는 행위를 하지 못해 죽었던 사람들에게 술 한잔 붓는다. 술 한잔 부을 때는 살아 있어 죄를 진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들은 잊혀져 간다. 혹시 나를 아시나요? 물을 만큼 헤어진 날들이 쌓여간다. 다시 만나자 해놓고 만나기 전에 먼저 가버렸다고 나쁘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너무 오래지 않게 내 그림자를 밟고 걸을만한 적당한 시간에 만나면 좋겠다. 그래서 그리움의 깊이만큼 미웠던 날들과 화해하고 싶어진다. 만나면 강냉이, 감자, 콩, 두부, 명태 등 시시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송편을 빚으며 아무개 누구와 누구의 이야기로 채워진 하루를 보내고, 국가 배급제 시절 색바랜 사진을 꺼내 고생하던 사연을 말한다. 살아남아서 고맙다고, 그 때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긍정하고 용서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6,25전쟁으로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은 고향이 잘 보이는 강원도 속초에 자리 잡았다. 어쩔 수 없이 가족과 헤어졌으나 그리 오래 가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지금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경험하고 고향을 기억하는 실향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자리를 2세, 3세들이 채우고 있다. 고향 정서를 잃어가고 있는 지금 실향민과 북한이탈주민이 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불귀는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갇혀진 상황이다. 고향은 지척이지만 갈 수 없는 곳, 아무나 있는 고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사라진 고향이다. 오지도 가지도 못하면 영원 불귀가 되겠으나, 간절히 소원하면 영원 귀향으로 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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