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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에 저항한 인간의 모습 그린 카뮈의 ‘이방인’... 극단 산울림, 세번째 무대 상연

알베르 카뮈 ‘이방인’ 원작으로 한 연극…독백과 대화, 이야기와 행위의 균형
“뫼르소의 시선으로 ‘이방인’의 세계를 무대 위에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

 

전쟁과 사형제도의 폐지, 아우슈비츠 유태인 학살,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나치 부역자 청산, 파시즘에 대한 투쟁, 억압받는 정치인과 문인들에 대한 구명 등 혼란스러운 20세기 인간의 정의를 찾은 알베르 카뮈(1913~1960). 그의 부조리 철학은 인간을 둘러싼 세계의 부정의 함에 대한 투쟁이자 저항을 상징한다.


서울 산울림 소극장에서는 알베르 카뮈 원작 소설을 극화한 연극 ‘이방인’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단 산울림의 레퍼토리 연극으로 2017년 초연된 이후 세 번째 공연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의 작품 세계와 철학을 조명하기 위해 극화했다.

 

지중해 알제에 사는 청년 뫼르소는 최근 어머니를 잃었다.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의 죽음에도 다른 사람들처럼 슬퍼하지 않는 그는 무덤덤하게 장례식을 마친 이후에도 아루런 감정의 동요 없이 평소와 다름 없는 일상을 이어간다. 이웃 레이몽과 개를 키우고 있는 살라마노 영감을 만나고 애인 마리와 영화도 본다.

 

이토록 무감각적 인간인 뫼르소에게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발단은 마리, 레이몽과 해변으로 놀러 간 날, 그곳에서 아랍인들과 시비가 붙게 되면서부터다. 가까스로 큰 다툼을 피했지만 뫼르소 혼자 산책을 하던 중 다시 그 아랍인들을 마주치게 되고, 그 중 한 명이 칼을 꺼내든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 무겁고 뜨거운 해변가에서 뫼르소는 순간 현기증을 느끼며 권총을 꺼내들고는 칼을 든 아랍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알베르 까뮈의 부조리는 살인죄로 재판을 받게 된 뫼르소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단지 "태양이 눈부셔서 아랍인을 쐈다"는 뫼르소의 항변에 대해 그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애도하지 않는 비정상적 인간이란 사실에 초점을 맞춰 결국 사형 선고를 내린 법정과 자유를 앗아간 감옥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외부 세계는 모두 부조리하다.

 

주인공 뫼르소는 ‘선택이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실존주의 철학에 무심한 현대인을 대표한다. 자신의 감정 즉 "태양이 눈부셔서 아랍인을 쐈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진실을 추구하는 개인을 변호하지만, 무의미하고 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개인의 존재는 커진다.

 

‘태양, 그리고 그것이 내게 쏟아 붓는 알 수 없는 취기를 이겨내기 위해, 난 온 힘을 다해 버텨내고 있었다’라는 대사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개인은 정의를 위해 싸운다.

 

이번 연극은 뫼르소라는 문제적 인물의 내면을 온전히 담아내고 독창적인 카뮈의 언어들이 주는 울림을 담아냈다. 독백과 대화, 이야기와 행위 사이의 균형을 찾고 극적인 장면들을 무대언어로 구사했다. 강렬한 원작의 이미지를 시각적, 공간적으로 재현해내고 태양과 감옥, 해변과 영화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뫼르소의 고독과 무심함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은 불폅화음이 주가 됐다. 알제리의 태양 아래 펼쳐지는 삭막한 해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재판과정, 사회적 단절을 의미하는 감옥이 낮은 화성과 단조로 표현된다.

 

극을 연출한 임수현은 “카뮈의 사상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독백과 대화, 서술과 연극의 공존을 추구하며, 뫼르소의 시선으로 ‘이방인’의 세계를 무대 위에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세월을 넘어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고전 문학이 가진 힘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주인공 뫼르소 역을 맡은 전박찬은 이 작품으로 ‘제54회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극단 산울림의 ‘이방인’은 9월 22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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