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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체코 원전 수주와 장밋빛 보도의 함정

 

 

7월 중순 체코 원전을 수주했다는 뉴스가 주요 언론을 도배했다. 7월 17일 저녁 KBS의 뉴스9은 ‘유럽에서 전해진 속보로 뉴스를 시작하겠다’는 앵커 멘트와 함께 기사 세 꼭지를 연이어 보도했다. 사업비만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팀코리아로 경쟁국인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쳤다고 했다. 일주일 전 윤 대통령이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수주를 지원했다는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선일보 18일자 아침 인쇄신문도 ‘유럽서 프랑스를 꺾었다, 24조 체코 원전 수주’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수주액이 최대 40조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극소수 언론이 덤핑 수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대부분은 기사에서 사설까지 장밋빛 일색이었다. 미국의 1/3, 프랑스의 1/2 가격으로 입찰했다는 내용은 가격경쟁력으로만 보도했다.


한 달 남짓 지난 8월 24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미국 태클에 걸린 K원전 체코 수출’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수원이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선정됐지만 원천기술을 가진 미 웨스팅하우스사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8월 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철 한전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 등으로 구성된 민관 대표단이 미국을 찾아 미국 에너지부와 웨스팅하우스 고위관계자를 만났지만, 별 성과 없이 귀국했다고 언급했다. 원전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실정이라고도 했다. 


또한 미국이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에 숟가락 얹으려고 한다는 감정 섞인 기사도 실었다. 원전 수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캐나다에 한국까지 6개국뿐이다. 이중 원전 수출 통제를 받는 나라는 한국뿐인 이유도 상세하게 보도했다. 핵무기 보유국이 아닌 나라는 캐나다와 한국 두 나라다. 캐나다는 독자 모델로 수출이 자유롭지만, 한국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모델을 들여와 미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보도 여파인지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기자회견에서 “체코 원전은 내년 3월 최종 사인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달여 전 장밋빛 보도는 밀운(密雲) 보도로 바뀌었다. 한 달여간 시간차를 둔 이들 기사는 한국언론의 맹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 여부는 상당 기간 준비 과정을 거친 예상된 의제였다. 현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그야말로 수주에 총력전을 펼친 사안이다. 조선일보가 8월 말 보도한 ‘미국의 몽니’와 같은 극복해야할 장애요인을 한국 언론이 모를 리가 없었다. 


지난 7월 체코 원전을 수주했을 때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몽니 가능성, 덤핑 수주 여지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분석이 있어야 했다. 조선일보가 8월 다룬 체코 원전 수주 이후에 돌출되고 있는 문제점은 이미 한 달 전 수주 당시 혹은 직후에 문제제기를 해야했다. 그랬다면 좋은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주무 장관, 한전 사장, 한수원 사장이 미국을 동시 방문한다는 건 체코 원전 수주가 초기 보도와 달리 순조롭지 않음을 암시한다. 출입기자들은 이들 기관 수장들의 해외출장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추적해 보도하지 않고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경사’, ‘K-원전, 유럽서 통했다’ 같은 보도만 양산했다. 기사 제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이건 취재원의 홍보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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