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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실수요자 골라내기 '진땀'…현장은 '카오스'

은행권, 실수요자 예외 규정 안내…전담팀 마련
은행별로 규정 달라 소비자 혼란↑…편법 우려도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동시에 실수요자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기 위해 은행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은행마다 자체적으로 결혼, 상속 등 예외요건을 마련하고 실수요자 선별에 나섰지만 청첩장 위조 등 대출을 노린 편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잔액이 10영업일 만에 3조 원 가까이 불어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규정이 계속 바뀌고, 은행별로 적용하는 예외 조건 또한 제각각이라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별 은행들은 각자 가계대출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조건을 마련해 대출 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별도의 심사 전담 조직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은행마다 개별 소비자에 대한 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졌다. 주택 소유 여부, 결혼 계획 등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떤 은행에서는 대출이 가능하지만 다른 은행에서는 대출을 못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특히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한 1주택자의 셈법이 가장 복잡하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조건 없이 1주택자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를 허용하고 있지만 신한은행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1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중단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수도권 지역의 주택 매수 목적 주담대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1주택자의 주담대를 제한하는 세 은행 모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일명 '갈아타기'에 한해서는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상속을 받아 갑작스레 집이 생겼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어 분가 계획이 있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수도권 지역 주담대를 허용한다.

 

전세대출 조건 또한 천차만별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직장을 옮기거나 이혼하는 등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우리은행도 자녀의 전학·질병치료 등 예외적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도권 지역의 전세대출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엄격한 실수요자 예외조치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고 있음에도 대출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7조 4428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 786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2조 7618억 원 늘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규제와 은행마다 다른 예외 요건에 소비자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은행들도 어디까지를 실수요자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예외 상황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청첩장과 같은 서류를 위조하는 등 각종 편법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을 계획이라던 A씨는 "금리와 한도만 알아보는 게 아니라 대출을 받기 위해 일일히 조건을 공부하고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 운영 등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어디까지를 실수요자로 봐야 할 지 기준을 세우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막되, 실수요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최소화하라'는 금융당국의 모순적인 주문이 현장의 혼선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대출 축소 압박을 이어가면서도 제한 조치 마련을 은행의 자율성에 맡겼고, 관련 가이드라인 또한 없어 은행별로 규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수요자 보호와 관련된 책임 역시 은행 몫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 몇달간 대출을 제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 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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