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차량 통행량 증가와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등으로 인해 이미 적자 구간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반기 실적 또한 양호해 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안전운전 특약의 혜택을 확대하는 등 손해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교통사고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7개 손보사(메리츠·한화·롯데·삼성·현대·KB·DB)의 자동차보험 단순 평균 손해율은 83.7%다. 지난해 손해율(80.3%)을 넘어선 것으로, 지난 6월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까지 오른 후 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1~8월 누적 손해율도 80.9%로 적자 구간에 들어섰다.
보험업계는 휴가철 차량 운행량이 늘어나면서 사고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인건비·부품값 등 고정 비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손해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 사고 건수는 184만 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77만 9000건)보다 많다. 같은 기간 사고당 발생손해액도 418만 2000원에서 423만 7000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달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또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화재로 인해 차주들이 보험사에 신청한 자기차량손해담보 건수는 6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통상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집중호우가 시작되는 여름철을 기점으로 연말까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가을 이후에는 태풍, 폭설, 결빙 등 날씨의 영향으로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긴 추석 연휴와 다음 달 1일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차량 이동도 예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적자가 불가피함에도 보험료를 올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상율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될 정도로 가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 금융당국이 사실상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코로나19 시기 양호했던 손해율과 상생금융 동참을 이유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에 걸쳐 자동차보험료를 2%포인트(p) 가량 인하해 왔다.
손보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보사 31곳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277억 원(12.2%) 늘어난 5조 7722억 원이다. 다만 자동차보험의 경우 332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보다는 실적이 40.2%(2237억 원)나 뒷걸음질쳤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높아진 손해율을 감안하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을 설득할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상반기 손해율이 지난해 누적 손해율에 근접하는 등 손해율 상승 추세가 예년에 비해 가파르다"며 "다만 80%대 중후반을 기록했던 코로나 이전 시기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안전운전 특약 혜택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안전한 주행습관을 가진 우량고객을 포섭해 사고를 예방함으로 손해율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16일 책임 개시되는 계약부터 티맵 착한운전 할인 특약의 최고할인율을 19.3%에서 22.1%로 높였다. DB손보도 다음 달 1일 책임 개시되는 계약부터 티맵과 카카오내비 안전운전 특약 할인율을 최대 1.7%p 상향하고, 차량 첨단 안전장치인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장착하는 경우 보험료를 4% 할인해주는 특약도 출시했다.
KB손보 또한 다음 달 21일 책임 개시일부터 티맵 안전운전 할인 특약의 최대 할인율을 24.7%로 확대한다. 현대해상은 개인용 자동차에만 적용했던 할인특약을 업무용 차량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보험 손해율을 관리하려면 운전 과정에서라도 사고가 적게 발생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해당 특약 할인폭을 확대해 손해율 관리와 동시에 우량고객 확보라는 성과를 잡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