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블록이 있어도 막힌 경우가 잦아 항상 긴장하고 다녀야 합니다.”
지난 2일 오후 7시쯤 부평구청역 6번 출구.
출퇴근 시간대 인구 이동이 잦은 역 앞 인도 한복판에 공용 자전거 2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 자전거들은 시각장애인의 보행 안전을 위한 노란 점자 블록을 아무렇지 않게 침범 중이었다.
때문에 그대로 따라가라는 뜻을 지닌 선형 블록은 제 기능을 잃은 채 무용지물이 됐다.
인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A씨는 “킥보드, 자전거가 점자 블록을 가로막고 있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옆으로 치우고 가거나 여의치 않을 땐 쓰러트려 놓고 갈 수밖에 없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오후 12시쯤 남동대로 799번길 인근 보행로도 상황은 비슷했다.
바닥에 흩어진 폐지와 폐지 더미를 쌓아 둔 손수레가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통행을 위협하고 있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B씨는 “가뜩이나 폭도 넓지 않은데 점자블록 위로 물건이 있어 넘어질 뻔한 적이 여러 번이다. 게다가 마주 오는 자전거와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모두가 부상을 입을 수 있어 아찔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미추홀구에 있는 옹진군청 앞에는 보도의 폭이 충분한데도 점자 블록을 그대로 깔고 세운 버스 정류소가 말썽이었다.
점자 블록과 버스 정류소 설치는 담당 부서가 서로 달라 시설 설치 ‘전’ 함께 협의가 필요하다.
구 관계자는 해당 정류소가 지난 2012~2013년에 만들어져, 이 같이 설치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15일 국토교통부에 의해 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등이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점자블록과 같은 장애인을 위한 보도에 물건을 쌓거나 공작물 설치 등 이용을 방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규정 위반 시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점자 블록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관심도가 적은 이유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달 11일에는 제45회 흰지팡이의 날을 기념해 시각장애인 30명·안내자·자원봉사자 등이 인천시청 애뜰광장으로부터 약 2㎞ 코스를 흰지팡이를 들고 걷는 캠페인을 연 바 있다.
시각장애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인식 개선을 당부한 것이다.
인천시 시각장애인 복지관 관계자는 “점자블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이번에 개정된 법률을 비장애인 분들은 아직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9월 말 기준 인천에 등록된 시각 장애인 수만 1만 3839명. 지난 10여 년과 비교해도 1만 3000명 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지인 기자 ]